[증권]엔화가치 떨어질땐 내수株

  • 입력 2001년 12월 12일 18시 35분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이 치솟고 있다.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작년 11월에는 1달러를 바꿀 때 107엔을 주면 됐으나 이제는 126엔을 주어야 하는 것.

주식시장에서 여유자금을 굴리는 투자자는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엔-달러 환율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관련 업종이나 기업의 주가도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종합주가지수는 0.96% 하락한다는 것이 대신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이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다 126.16엔으로 마감했다. 이는 4월2일의 연중최고치(126.65엔)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환율 상승) 가장 큰 이유는 일본경제의 침체가 예상외로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잇따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췄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처럼 달러표시채권에 대해서만 신용등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엔화표시채권에 대해 신용등급을 내렸다. 이는 일본정부의 재무상태를 좋지 않게 본다는 뜻이다.

일본은 경기 회복을 위한 엔-달러 환율 수준을 적게는 130엔, 많게는 150엔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본의 경기침체를 반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130엔 수준까지 환율을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외신들이 전한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본이 구조조정을 하려면 돈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내년 1·4분기(1∼3월)에는 130엔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원-엔 환율을 100엔당 1000원 수준에서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엔-달러 환율이 130엔대로 오를 때 통화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다. 130엔대가 되면 국내 수출을 주도하는 철강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경기관련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채산성이 나빠지게 된다. 이들 업종에 속하는 기업은 대부분 수출을 하고 특히 일본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92년 이후 엔-달러 환율과 국내 주가를 조사한 결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엔-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전기전자업종 1.24%, 증권업종 1.20% 등 주가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엔-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에 유의하면서 의약품 보험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단기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증권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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