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CC 이상민 "낯선 너무나도 낯선 꼴찌"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8분


‘색시’가 잔뜩 화났다.

‘색시’는 수줍음을 잘 타는 프로농구 KCC 이지스(구 현대) 이상민(29)의 별명. 이상민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스타치고는 은둔에 가까울 정도로 대외활동이 없다. 대중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구단과 연봉협상 때 ‘방송출연 등은 본인과 반드시 상의한다’는 조항을 내걸 정도.

연세대에 입학할 때 운동선수로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체육교육학과 대신 경영학과를 지원한 이유도 체육교육과에 가면 나중에 학생들 앞에 서는 교생실습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단다.

‘색시’가 요즈음 면전에 농구 얘기만 꺼내도 얼굴이 뻘게질 정도로 화가 났다.

팀이 10개팀 중 꼴찌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는 까닭이다. 이상민은 군복무하느라 빼먹은 프로농구 원년을 제외하고 97∼98시즌부터 뛴 4시즌 동안 소속팀을 세 차례나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런 명문팀이기에 지금 꼴찌에 처져 있는 팀 성적에 대한 이상민의 안타까움은 크다. 홍대부고 시절부터 줄곧 우승만 해온 그이기에 낯선 꼴찌라는 단어는 차라리 충격에 가깝다.

7일 전화 인터뷰에서 ‘팀 성적이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이상민은 “휴∼”하며 깊은 한숨을 쉰 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현재 이상민의 개인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득점은 경기당 평균 15.2점으로 올시즌 포함, 그가 뛴 5시즌 중 최고.

반면 포인트가드 능력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는 어시스트는 경기당 평균 6.3개로 군에서 제대한 바로 다음인 97∼98시즌(평균 6.2개) 이후 최악이다.

왜? 믿음직한 동료가 없어 도움주기보다는 스스로 점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탓이다.

“미칠 지경이에요.” 이상민은 인터뷰 도중 이 표현을 세 번 썼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식’으로 경기를 이끌다보니 상대팀에서 자기에게 항상 더블팀 수비가 붙어 플레이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두 번째는 옛 단짝 재키 존스의 근황을 전하면서 은연중 나왔다. 출전 2경기만에 무릎부상으로 빠진 존스는 앞으로도 8경기 뒤인 3라운드 말미에나 코트에 나설 수 있단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친 가장 큰 원인이 존스의 공백. 앞으로도 대책없이 경기를 치러나갈 생각에 암담함을 호소할 곳이 없다.

세 번째 ‘미칠 지경이에요’라는 말이 가장 강렬하며 애절했다. 벌써 2주째 얼굴을 못 본 15개월된 딸 유진이가 너무나 보고싶다고 했다. 팀 숙소와 집이 지척인데도 단체생활인 탓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못 본단다.

“팀 성적이라도 좋으면 저녁에 슬그머니 다녀올 수도 있는데….” 귀염둥이 딸을 눈치안보고 보러가기 위해서라도 팀 성적을 올리겠다는 게 ‘컴퓨터가드’ 이상민의 다짐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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