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랏돈 탕진’ 엄중히 책임 물어야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55분


국민이 조성한 ‘나랏돈’이 마치 주인 없는 돈처럼 낭비되고 있다. 함부로 펑펑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기회만 있으면 아무나 착복하는 작태들마저 도처에서 적발되고 있다.

감사원이 정부의 공적자금 운용과 관리 잘못으로 7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국내외로 사라졌다는 발표를 해 충격을 준 것이 바로 며칠 전이다. 이번에는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사업 자금마저 부당하게 사용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국민건강보험 공단도 휴일 근무수당 등 200억원을 허비했다고 한다.

공적자금은 갚지 않고 국내외로 자기 재산을 빼돌린 부실기업주와 부실 금융 임직원 그리고 스스로 부적격자인 줄 알면서도 BK21자금을 버젓이 받아 쓴 사람이나 이 돈을 부당하게 사용한 대학당국의 법적 도덕적 책임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끼리끼리 국민의 ‘세금’을 나눠먹는 정부 산하 기업들의 비리도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다.

이보다 더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그처럼 ‘나랏돈’이 줄줄 새는 데도 제대로 관리조차 하지 않은 관계당국의 한심한 업무 태도다. ‘나랏돈’의 쓰임새를 일일이 감독하고 관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는가. 정부가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전혀 관리 감독할 능력조차 없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공적자금문제는 부실기업주와 부실 금융 임직원의 은닉재산을 환수하고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적자금의 조성과 집행 등 전 과정의 관리 감독 책임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라는 너무나 다급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어쩔 수 없는 실수가 있었다는 식의 변명은 국민의 당혹감과 분노만 더해 주고 조세저항심마저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안이하게 대처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일 “공적자금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관리를 잘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일단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적자금문제에 관한 한 이미 ‘관리를 잘못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나랏돈’이 줄줄 새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나랏돈’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정부 관계부처의 책임부터 엄중히 따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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