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인터넷 주부

  • 입력 2001년 12월 1일 22시 31분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되고 여자는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 한국 남자들 중에는 이렇게 남녀차별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고가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표출되면 곤란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혼인과 가정생활은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이라면 남성들에게도 비난받을 행동이다. 이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양성 평등의 의미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문화센터가 주최한 전문가 포럼에서 발표된 ‘한국 남성의 전화’ 상담기록에 따르면 가정불화 사례 1000여건 중 16.3%가 아내의 인터넷 채팅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정보문화센터의 한 국장은 인터넷 채팅에서 이어진 아내의 외도에 관한 상담 사례가 2000년 상반기 이후 20% 이상으로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채팅을 통한 여성들의 불륜이 증가했다면 정확하게 그 숫자만큼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연결된 남성의 외도도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가정주부들의 인터넷 이용으로 가정불화와 불륜이 증가했다고 보는 시각에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성 우월적 사고가 똬리를 틀고 있다. 바람 피울 의사와 능력이 있는 여성은 인터넷을 할 줄 알든 모르든 바람을 피우게 돼 있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공연히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탓할 일이 아니다. 가정주부들의 불륜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주부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함으로써 주부들의 정보화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국적 컨설팅사 매킨지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선진국 톱10에 진입하려면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고학력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작 집에서 자녀들의 숙제나 도와주는 형편이다. 요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젊은 고학력 전업주부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여성들의 정보화가 여성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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