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017, 잘생겨야 대접받는다?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6시 03분


017의 '조이 패밀리' 광고에 한창 뜨는 배우 전지현, 공효진, 장혁 삼인방이 뭉쳤다.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있는 두 여인. 전지현과 공효진이다. 긴머리의 전지현은 줄무늬 티셔츠에 칠부 청바지 차림으로 발랄한 여대생 분위기. 공효진은 더벅 단발머리에 꽃핀을 꽂고 찐한 분홍색 셔츠차림이다. 한마디로 촌닭 같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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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예쁜 배우, 못난이 배우로 통하는 명성답게 두사람의 차림부터 엽기적으로 대조적이다. 이렇게 현저히 비교되면서도 공효진은 전지현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같은 임무에 충실하기 때문. 이름하여 '남학생 인물 논하기'

쟤는? 쟤 30% 할인. 공효진은 남자를 찍고, 전지현은 점수를 매긴다. 쟤는? 으으음. 쟤두 30% 할인. 좀 딸리지만 슬쩍 봐준다는 말투다. 두리번거리며 좀 생긴 남자는 다 손가락질 하던 공효진...

갑자기 인간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의 한계를 넘어버린다. 정신 못차리고 망가지는 공효진. 킹카 발견~ 떨어지는 낙엽을 배경으로 걸어오는 멋진 남자 장혁 등장. 앉아서 점수만 매기던 전지현이 이번엔 직접 나서 장혁의 어깨를 턱 걸치며, 200분 공짜!를 외친다.

으히히. 흐물거리는 웃음을 흘리게 만드는 017의 조이패밀리 광고. 광고도 광고지만 조이패밀리 요금제도는 파격적이다. 011, PCS, 심지어 유선전화까지 30% 할인되고 017끼리는 200분이 공짜로 팍팍 서비스된다. 말하자면 3회선을 한데 묶은 시스템이다.

그래서인지 광고모델 역시 3인 시스템으로 간다. 이 광고는 캐릭터를 살리는게 생명이다.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그녀가 하는 역할은 뻔뻔스러운 '나쁜 걸'에 가깝다. 아무거리낌 없이 오직 인물로만 남자를 서열화시킨다. 너 좀 된다, 넌 좀 아냐. 청순가련한 착한여자들은 엄두도 못낼 작업이다.

짝사랑 전담 공효진은(킬러들의 수다에선 영어선생님, 주말극 '화려한 시절'에선 류승범, 앞으로 개봉할 '화산고'에선 권상우) 남자에게 침 흘리는 '찍녀'다. 이 광고의 일등공신은 단연코 공효진이다. 킹카를 발견하고 환희로 물들어가는 그녀의 안면근육을 보라. 가히 경지에 오른 찰나의 예술이다.

낙엽과 함께 폼나게 등장한 장혁은 싱긋 웃는다. 여학생이 자기를 바라보는걸 알고선 손을 들어 슬쩍 인사까지 건넨다. 스스로의 얼굴이 좀 되는걸 눈치채곤 은근히 으쓱대는 '나 왕자' 스타일이다.

나쁜 걸, 찍녀, 나 왕자 이런 캐릭터는 신세대의 새로운 군상들이다. 인물로 혜택이 달라지는 상황을 보고 놀라는 것도 잠시다. 특별히 엽기적인게 아니라 일반적인 흐름인 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주체가 아니라 감정대상이 된 점 역시 시류다. 즉, 요즘은 여자들이 꽃미남을 더 찾는 분위기다.

017은 캠퍼스로 대표되는 젊은 공간에서 젊은이의 세태 '잘생겨야 대접받는다'를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외모 줄세우기의 잔인한 현실을 코믹한 코드로 살짝 덮은 것은 최소한의 배려인 셈. 아 씩씩해져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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