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오피스텔 중도금 무이자 융자 '눈속임'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53분


오피스텔 분양업체들이 ‘중도금 무이자 융자’를 미끼로 수요자를 현혹하고 있다. 중도금에 대한 이자를 분양업체가 수요자 대신 내준다고 선전하지만 그만큼 분양가를 올려받아 수요자를 속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A건설은 최근 분양을 시작한 분당 B오피스텔의 평당 분양가를 당초 470만원선으로 정했다가 분양을 앞두고 갑자기 490만원선으로 올렸다. 평당 20만원씩 분양가를 올린 것은 중도금 무이자 융자 조건을 적용키로 한 때문이다. 중도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평당 20만원. 결국 중도금에 대한 이자를 회사가 부담한다고 선전해놓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오피스텔은 대부분 이자비용만큼 분양가를 올린다고 보면 된다”며 “눈속임이지만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22일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올 한 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급됐거나 분양을 앞둔 오피스텔은 3만4242실로 지난해 9380실의 3배를 넘는다. 이 가운데 1만3000여실이 중도금 무이자 융자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입주 때 수요자가 총분양금액의 90%를 한꺼번에 내야 하고 업체와 수요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기 쉬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수요자는 계약금으로 총 분양금액의 10%선을 내고 나머지 90%를 입주 때 한꺼번에 내야 한다. 입주 때 거금을 일시에 내지 못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수요자 명의로 대출을 받기 때문에 입주시 한꺼번에 돈을 내지 못하면 수요자의 다른 재산이 압류당할 수도 있다. 시공업체가 공사 중 부도를 내면 중도금을 수요자가 내야 하므로 수요자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오피스텔 컨설팅업체인 H사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수요자의 초기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자 부담을 결국 수요자가 지는 데다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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