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용만/사행심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강원 태백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내국인 상대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얼마 전 코스닥시장에 직상장됐다. 강원랜드는 폐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정선군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본금 1000억원으로 1998년 6월에 설립된 회사다. 1999년 7월에 주당 1만8500원으로 980만주를 공모했던 강원랜드 주식은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1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 당시 주식을 산 사람은 2년 만에 8배 정도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주가가 오른 이유는 물론 높은 수익 덕분이다. 강원랜드는 올 상반기 중에만 2250억원의 매출과 112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체가 됐다. 이렇게 수익이 높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국민의 사행심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대박’을 좇는 국민적 염원은 선물시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선물시장이 투기장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9·11 테러사건 이후 파생상품인 옵션시장에서 발생한 엄청난 수익을 보고서 너도나도 옵션시장에 모여들고 있다. 1000원짜리 옵션물은 이제 복권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여의도에서 홀대받고 증권회사에서 신입사원 연수용 또는 신규 거래자가 선물거래를 익히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 코스닥지수 선물도 12월 10일부터 거래 단위가 현재의 두 배인 20만원으로 오르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한국인들이 탑승시간을 기다리다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펼쳐 놓고 고스톱을 치는 모습이 현지 신문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남의 나라에서, 그것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오가는 국제공항에서 화투판을 벌이는 한국 남정네들의 기개(?)도 이 정도면 가히 세계 정상급인 셈이다. 거기에 주말마다 과천 경마장 가는 길과 태백 카지노 가는 길이 차로 메워지고 주가지수 옵션의 거래규모가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면 우리의 사행심이 세계를 선도한다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윤용만 객원논설위원(인천대 교수·경제학)ymyoon@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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