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오늘만 같아라" 독일은 환호의 도가니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23분


“이제 희망을 되찾았다.”

온몸에 국기를 휘감고 함성을 토해내던 한 독일 축구팬은 “오늘만 같다면 월드컵 우승을 못할 것도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15일 독일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우크라이나의 2002월드컵축구대회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장 가는 길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축구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5만7000여좌석이 매진된 가운데 이들은 시위라도 하듯 주차장이나 지하철역에서부터 응원가와 ‘도이치’를 연호하며 거리를 점령했다.

경기장은 미리 독일의 승리를 자축이라도 하듯 온통 ‘도이치’ 함성으로 녹아드는 용광로 같았다.

이윽고 휘슬이 울리자 잔뜩 고무된 ‘게르만 전차군단’의 불꽃 화력이 그라운드를 점령했고 홈팬의 기세에 눌린 우크라이나는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침몰했다.

이날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선 독일의 승리 방식은 ‘가장 독일적’이었다. 미드필더 하만과 카르스텐 라메로우가 태클로 볼을 가로채 곧바로 긴 패스로 상대 수비 뒤 공간에 떨어뜨려 놓으면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형 미드필더 베른트 슈나이더나 미카엘 발락이 번개같이 돌아나가 센터링, 중앙에서 헤딩으로 마무리하거나 코너킥을 유도했다. 이 단순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에 우크라이나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독일이 터뜨린 4골이 모두 센터링에 이은 헤딩슛으로 따낸 것이었다.

이 단순명료한 축구로 세 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이룩하며 세계축구의 강호로 군림해 온 독일. 한마디로 기교는 떨어져도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줄기차게 달리는 자기 스타일을 고집해온 ‘게르만 축구’의 진수를 맛본 현장이었다.

<도르트문트〓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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