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총장은 아직 상임이사회의 결정을 공식적으로 이 9단에게 통보하지도 못했다.
상임이사회의 반대 이유는 크게 두가지. 국보급 기사인 이 9단이 중국에 가면 ‘국내 바둑의 공백이 생기고 세계 바둑의 중심 무대가 중국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국기원으로선 충분히 펼 수 있는 주장이지만 “왜 올초 유창혁 9단을 비롯해 한국기사 10여명이 몰려갈 때는 아무 말 없다가 내가 갈 때 그런 말을 하느냐”는 이 9단의 주장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홍 총장은 올초에 기사들의 대거 중국에 진출했을 때 해외 진출과 관련된 기준을 만들어놓았다면 지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상임이사회가 너무 성급하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9단이 중국에 진출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바둑계의 다양한 의견을 참조했어야 했다. 내가 알기론 이 9단은 중국에 가려고 이미 마음먹은 상태다. 그렇게 되면 한국기원의 위상과 권위에 치명상을 입는다. 이 9단을 제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임이사회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서 결정했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는 한국기원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기사의 얘기였다.
이 9단에게 중국 리그에 참여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마샤오춘 9단이 이번 삼성화재배에 참여해 사석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9단의 중국 진출에 대해 한국 바둑팬들의 찬반 여론이 반반이라고 하지만 중국 바둑팬은 전적으로 찬성할 것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