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얼떨결에 펼쳐진 2군 경기

  • 입력 2001년 11월 9일 11시 05분


7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농구팬들은 발전된(?) 우리나라의 프로농구를 관전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2군경기가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졌다.

그것도 두 개의 방송사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언제부터 우리가 2군경기를 생방으로 볼 수 있었나?

상황은 이렇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LG 세이커스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SK 나이츠와의 경기.

나란히 2승을 거둔 후 선두자리를 놓고 맞붙은 한판 대결.

스피디한 공격농구를 자부하던 LG가 그간 약점이었던 골밑에서 송영진(23.198cm)이라는 걸출한 새내기를 영입,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SK는 ‘트리플 타워’의 한축인 재키 존슨을 내주고 영 이렇다할 힘을 펼치지 못했다.

새로 영입한 무어는 허리부상으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느린 공수전환으로 완벽하게 LG에게 농락당했다.

전반을 12점차로 앞서나간 LG는 후반부터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이미 경기를 포기한 듯 서장훈마저 벤치로 물러났기 때문에 LG 역시 이버츠와 조성원, 송영진 등 주전급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나마 3쿼터까지는 2진급 3-4명에 주전 1-2명이 가세한 팀으로 경기를 운영하던 양팀은 4쿼터에서는 완벽한 2군 경기를 진행시켰다.

앞서고 있는 LG는 박도경, 황진원, 강대협 등을 내보냈고 SK 역시 박준용, 허남영 등으로 베스트 5를 짰다.

물론 다들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실전경험이 미숙한 이들은 엉성한 플레이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과 폭소를 안겨줬다.

실망스런 부분은 아무리 던져도 골로 들어가지 않는 중거리 슛과 계속되는 턴오버!

의욕만 앞선 이들에게서 진정한 기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팬들에게 폭소를 안긴 장본인은 박도경(LG)과 무어(SK).

4쿼터 들어 팀의 센터를 맞게 된 두 선수의 대결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최근 부상으로 헤매며 제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SK의 신입 용병 무어는 주전들이 다빠진 4쿼터까지 뛰면서도 고작 11점에 그치는 저조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4쿼터 중반 골밑에서 박도경에게 완벽한 블록슛을 허용하는 장면은 팬들이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박도경은 용병을 앞에 두고 마음대로 플레이했으니 그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지 않을까?

선수들에게 고른 기회제공은 감독으로서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경기를 쉽게 포기해버리는 또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을 우롱하듯 주전선수들을 제외시킨 경기는 절대 프로농구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운 자세!

이것이야말로 2군의 활성화보다 프로농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한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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