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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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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 새 베이징, 새 올림픽(新世紀, 新北京, 新奧運)’이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는 베이징에서는 자동차 급증에 따른 교통체증이 흔한 일이 됐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놀라게 했던 상하이 푸둥(浦東)지구는 ‘중국경제의 부상(浮上)’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인들은 도시와 농촌간 격차,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논리적 모순, 실업증가와 일부 공무원의 부패 등 몇가지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현재 ‘절호의 국운(國運)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데에는 같은 의견이었다.
‘잘 나가는 중국’을 만드는 요인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당(黨)을 이끄는 지도층 및 핵심관료의 리더십과 실력이 발전을 이끄는 주요인이라는 설명이 많았다.
한국계 은행 현지법인 대표 A씨는 “지방정부의 일처리를 둘러싼 잡음도 있지만 대다수 중국인은 최소한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 총리 등 고위인사들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지도력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따른다”고 전했다.
상하이 LG광전자의 노광석(盧光錫) 대표는 미국의 테러참사 후 중국 고위공무원이 직접 찾아왔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는 투자에 어떤 영향이 예상되는지, 혹시 중국정부가 도와줄 일은 없는지를 하나하나 물어보고 메모하더군요.”
중국 고위 경제관료는 취임 초 근무시간 후 하루에 서너시간씩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개인교습’을 약 반년간 받는다고 한다. 엘리트가 ‘보충수업’까지 거치고 같은 업무를 계속 하니 행정서비스의 질(質)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 지도층의 리더십과 헌신, 전문성을 눈여겨볼 때가 됐다. 특히 우리 사회가 ‘건전한 리더십의 위기’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권순활<경제부>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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