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희제/시장의 선심 보따리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06분


“섬에 갈 때는 항시 선물을 안고 가는 기라.” 2, 3일 인천 옹진군 자월면의 4개 섬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하기 위해 행정선을 타고 가면서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이 한 말이었다.

첫 방문지인 자월도 면사무소에서 최 시장과 조건호(趙健鎬) 옹진군수는 ‘주민과의 대화’를 빌려 다싯물방파제 건설 등 ‘선물 꾸러미’를 풀었다.

한 주민은 ‘선물’을 타박하며 대화 도중 서너번이나 ‘위치 선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정부 돈은 어디 공짜냐. 어민들이 24시간 내내 배를 접안할 수 있는 부두에 선착장을 건립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지으려 하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화는 선출직 인사들의 자화자찬으로 이어졌다.

최 시장은 “다른 구군은 매년 한차례 보고회만 갖지만 옹진군은 면, 이 단위까지 방문하고 있다”며 자신의 ‘관심’을 과시했다.

조 군수는 “시장이 선착장과 물양장 건설을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주면서 농반 진반으로 ‘군수에게 당했다’고 했다”며 자신의 ‘역량’을 암시했다.

이 지역 김성호(金成鎬) 시의원도 빠지지 않고 “시장과 군수가 약속했더라도 내가 시의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다음 행선지는 대이작도. 최 시장 일행은 이 곳에서 △인공어초시설사업 지원비 5억원 △대이작도 최고봉인 속리산 공원조성사업 검토 등을 약속하면서 “자월도보다 2배 이상 많은 예산을 배정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 방문지는 58세의 어촌계장이 최연소자일 만큼 노령주민이 많은 소이작도. 마을회관에 모인 20여명의 노인들은 시장과 군수의 ‘선물 얘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시장과 군수는 “해달라는 것 다 해줬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민선 3선 도전을 목표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두 단체장은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선심을 쓰며 섬 순례를 마쳤다.

박희제<사회2부>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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