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뭐에 홀린 것 같다"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꼭 뭐에 홀린 것 같다.”

이틀연속 9회말 2사후 동점 투런홈런을 맞은 김병현은 경기가 끝난 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침통한 표정이었다.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혹시 울었느냐”고 묻자 그는 “울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아쉬운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사상 8회까지 리드했던 팀이 2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하기는 사상 처음. 불운하게도 그 2경기에서 마운드에 섰던 투수는 바로 한국인 김병현이었다.

그는 하루 전에 62개의 공을 던지고 큰 상처를 안았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고 공도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또다시 ‘김병현 카드’를 꺼내든 애리조나의 밥 브렌리 감독도 그를 믿었다.

브렌리 감독은 “오후에 운동장에서 김병현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괜찮다고 했으며 또 던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를 투입하기 전에 불펜코치인 글렌 셜록에게 그의 워밍업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구질이 위력적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김병현은 여전히 우리 팀의 마무리다. 단지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의 1루수인 베테랑 그레이스는 이날 경기에 패한 뒤 “생각해보라. 그는 이제 22세의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앞으로 그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이 월드시리즈의 희망이다. 그가 남은 경기에서 세이브를 따낸다면 그의 미래는 이번 주말의 2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렌리 감독도 “우린 한 시즌을 같이 하면서 선수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모두가 항상 바라는 만큼 제 몫을 해주진 못한다. BK는 우리 팀의 마무리”라며 변함 없는 신뢰를 보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스타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월드시리즈는 끝나지 않았고 김병현의 올 시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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