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꿈의 무대를 나의 무대로"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36분


김병현
△완투형 투수인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이 나오지 않는 경기일 것 △실링과 존슨이 등판하더라도 이들의 투구수가 7∼8회까지 120개가 넘어야 할 것 △이기더라도 점수차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할 것.

이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22·사진)이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첫 등판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과연 언제 나올지 몰라 국내 팬들은 월드시리즈 1, 2차전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봤지만 두 경기 모두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김병현의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경기 모두 이유는 있었다.

1차전에선 실링이 7회까지만 던졌지만 점수차가 9-1로 너무 벌어지는 바람에 굳이 마무리투수인 김병현이 등판할 이유가 없었고 2차전에선 4점차의 리드였지만 존슨의 투구수(110개)가 적어 그의 완투가 바람직했다.

김병현이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등판한 4경기를 분석해보면 위의 3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애리조나 밥 브렌리 감독이 그를 내보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김병현의 포스트시즌 등판 첫 번째 경기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애리조나 선발은 미구엘 바티스타였고 점수차는 5-3으로 앞선 8회. 두 번째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김병현은 1-8로 뒤진 9회에 나왔지만 이는 오래 휴식을 가진 데 따른 컨디션 점검차원이었다.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선 애리조나 선발이 알비 로페스였고 김병현은 7-3으로 앞선 8회 무사 만루에서 나와 세이브를 따냈다. 김병현이 애리조나 ‘원투펀치’ 가운데 한 명인 존슨과 비로소 짝을 이룬 것은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그는 3-2 한 점차로 앞선 8회부터 나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때 존슨은 7회까지 투구수가 118개로 많았고 7회말 1점을 내주는 등 구위가 불안한 상태였다.

세 가지 전제조건을 감안할 때 애리조나의 3, 4선발인 브라이언 앤더슨과 미구엘 바티스타가 나가는 뉴욕에서의 월드시리즈 3, 4차전은 김병현의 등판가능성이 높다. 특히 4승짜리 선발인 앤더슨이 등판하는 3차전엔 지든 이기든 컨디션 점검차원에서 한번 마운드에 오를 게 유력한 상태.

30일 뉴욕에 도착, 양키스타디움에서 간단히 몸을 푼 김병현은 광적인 뉴욕팬들의 응원에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1000명이 오든, 만명이 오든 상관없다. 난 마운드에 올라 내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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