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의 준엄한 질책이다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14분


한나라당의 3 대 0 완승으로 끝난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민심이 현정권에 대해 ‘이래도 정신차리지 못하겠느냐’고 준엄하게 질책하는 것이다. 그 질책의 의미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지금까지의 그릇된 국정 운영 방식을 총체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국민의 정부’는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제 정권측은 대오각성하고 남은 임기 동안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을 수습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권 재창출에 집착해 무리수를 거듭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민심이 이토록 현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원칙 없는 정치’다. DJP 공조와 결별의 과정에서 되풀이된 정략적 모습은 이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게 했다. ‘의원 꿔주기’에 이르러서는 정치의 도덕적 기반마저 무너졌다. ‘원칙 없는 정치’ 하에서 올바른 국정 운영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국민에게 개혁 동참을 요구해봐야 ‘개혁 피로감’만 느낄 뿐이다. 개혁이 혼선을 빚고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둘째, 우리만 옳다는 식의 ‘독선과 오기의 정치’다. 남북문제와 언론개혁 등에 있어 집권측은 비판과 반대는 모조리 반(反)개혁이며 수구라고 몰아붙였다. 여론을 수렴하고 비판을 수용하기보다는 여론에 맞서고 비판을 배척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국론은 양분되고 사회 곳곳에 내 편, 네 편식의 편가르기가 일상화되었다.

셋째, 제도와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사적(私的) 정치’다. 이른바 비공식라인이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민의(民意)를 반영하는 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연고주의에 따른 편중 정실 인사를 비롯해 필연적으로 부패를 부르는 ‘끼리끼리 커넥션’ 등은 모두 ‘인치(人治)’의 토양에서 기생한 것이다. 지난봄 민주당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정풍(整風)운동은 ‘인치’를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권력측은 이러한 요구를 묵살했다. 그 폐해가 최근의 이러저러한 ‘게이트 의혹’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집권측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원칙 있는 정치와 겸허하게 비판을 수용하는 통합의 정치, 그리고 인치에서 벗어나 제도와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근본을 바꾸지 않는 미봉책으로는 결코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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