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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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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느 정도 나이가 찬 사람들은 친구나 친지의 결혼식에 불려다니느라 바쁘다. 이번 주말에도 결혼식 두탕 세탕을 ‘뛰어야’ 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예전에야 결혼은 양쪽 집안을 견주어 신랑 신부를 짝지워 주는 것이었지만, 이제 결혼에 우선하는 것은 사랑이다. 재크린 살스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민음사·1985)는 사회와 사랑, 소설에 대한 통찰을 펼쳐보인다. 중세 시대부터 낭만적인 이야기와 낭만적인 사랑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했다.
처음에 낭만적인 혼외연애 모델로부터 시작되었던 ‘사랑’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 남성과 여성이 갖는 사랑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 등등을 전문가가 아니라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결혼은 사랑의 끝일까 시작일까. 최근 황순원 문학상을 탄 작가 박완서의 초기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창작과비평사·1977)에 그려진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앞둔 여성이 맞닥뜨리게 되는 실제적 괴로움들이다.
혼수에 대한 갈등, 결혼이 신분상승의 기회로 활용되는 현실, 결혼으로 ‘중산층’에 진입한 여성이 ‘결혼생활’을 지켜내기 위해 감내하는 희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엄존한 문제들이다. 주인공 말희의 아버지 허성의 “딸을 섭섭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는 젓가락짝처럼 평등하다는 진보적인 생각을 갖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기른 딸을 막상 결혼시키려고 사돈을 만나게 되면, 암사돈 수사돈 사이는 결코 젓가락짝처럼 평등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된다”는 명제는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박하기 힘든 것이다.
이제 신혼여행은 빼놓을 수 없는 풍습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신혼여행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제주도에서 연구한 권귀숙씨의 ‘신혼여행의 사회학’(문학과지성사·1998)은 신혼여행의 전과정을 차근차근 짚으며 그 안에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
“위험하고 낯선 곳에서 신혼 부부의 생존력과 친화력을 강화시키려는 유목 민족의 풍습에서 나왔다”는 신혼 여행. 신혼여행의 기다림부터 시작하여 추억에 이르기까지 신혼여행의 코스를 같이 밟으며 신혼 부부의 드라마를 이해해 보려고 한 연구자의 노력은, 사회와 개인이 맞닿는 접점으로서의 신혼여행을 보여준다.
맑고 푸른 가을날, 수많은 굴곡과 갈등을 거쳐 이렇게 한 부부가 또 탄생한다.
송경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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