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신화아카데미' , 총서 '…세계의 창조신화' 발간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19분


신화아카데미의 연구자들
신화아카데미의 연구자들
신화에 대한 대중들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신화 공동연구 모임 ‘신화아카데미’가 책 ‘신화아카데미 연구총서1:세계의 창조신화’(사진·동방미디어)를 내놨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돼 온 신화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외국의 2, 3차 자료를 번역한 것이거나 흥미 위주였던 데 반해, 이 책은 한국 이집트 인도 중국 등 세계 각지의 신화를 국내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직접 공동연구한 최초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결성된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는 김성(협성대 교수·고고학), 김헌선(경기대 교수·한국문학), 김현자(서울대 강사·종교학), 배철현(고려대 강사·고전문헌학), 심재관(동국대 강사·인도철학), 이유경(한국 융연구원 교육분석가), 정재서(이화여대 교수·중국문학), 조현설씨(동국대 강사·한국문학) 등 8명.

격주로 일요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자료실에 모여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이는 이들은 이른바 ‘신화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10여 년 전부터 신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사람들이다.

몇년전 신화 붐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신화는 논리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근대적 학문 영역 밖의 것으로 취급됐었다. 정재서 교수는 “16년 전에 중국의 ‘산해경’을 번역했을 때만 해도 주변 선배들이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며 꾸짖었다”면서 그동안의 신화 연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의 ‘신화 붐’에 대해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신화의 내용보다는 일단 화려한 화보가 실린 신화책을 보면서 소장해 두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거지요.”(김성)

“역사 현실의 문제에 몰입했던 한국인들이 80년대의 좌절을 겪고 방향을 상실한 가운데 신화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에서 독자와 출판사가 모두 탈출구를 찾은 것이지요.”(조현설)

“신화에 대한 관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1970년대 후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돼 왔어요. 서구 근대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의 결과라고 봐야 할 거예요.”(김현자)

“나그네가 길을 잃었을 때 처음 자리로 돌아가 길을 찾으려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사상적 혼란 속에서 역사의 원류를 찾고 싶은 것이겠지요.”(정재서)

최근 신화 열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제각각이지만 “흥미 위주로 된 신화 관련 글들만 소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데에는 입을 모은다. 그래서 이들의 목표는 각기 다른 전공자들이 모여 신화의 본래 모습을 알리고 정확하게 원전에 근거한 자료를 정리해 소개하는 것이다.

배철현씨는 “이제 한국인의 시각으로 세계의 신화를 재해석하고 정확하게 1차자료들을 정리함으로써 신화분야에서도 식민지적 학문의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책에 이어 영웅신화, 자연신화 등 신화관련 주제로 ‘신화아카데미 연구총서’를 계속 발간하고 아울러 각국 신화의 자료집도 정리해 펴낼 계획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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