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Pimple(여드름) 박사라고요?〓‘얼굴이 눈 빼고는 다 여드름’이라고 자칭하는 유모씨(27·여·광고회사 근무)는 벌써 8년째 ‘여드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씨가 지금까지 여드름 치료를 위해 들인 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약도 먹어보고 약국에도 다니고 피부과도 세 번이나 옮겨다녔다.
알로에를 직접 키워 수시로 얼굴에 발라주었는가 하면 미나리가 여드름에 좋다는 말에 ‘미나리 마사지’를 하기도 했다. 여드름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어려운 전문용어로 된 약품이라도 줄줄 꿰고 다닐 정도여서 ‘여드름에 관한 한 박사급’이라는 평도 듣는다. 여드름 치료에 드는 돈은 많게는 한 달에 70만∼80만원. 조금이라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소녀처럼 좋아한다.
Internet(인터넷) 설왕설래〓각종 피부과, 피부관리실 사이트와 포털사이트의 카페에는 여드름 고민을 털어놓고 정보를 교환하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를 나누는 ‘여드름 박사’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미국과 탈레반 정부처럼 저도 여드름과 치열하게 전쟁을 하고 있답니다. 왜 이리 여드름이 나는지….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여드름에는 알로에가 최고예요. 바르는 것보다 먹는 게 더 좋아요.”
‘여드름 포털 홈페이지’도 번창하고 있다. ‘여드름 따라잡기’ ‘여드름 나라’ ‘여드름 동호회’ 등의 이 같은 홈페이지는 좋은 병원을 추천해주고 효과 있는 민간요법을 안내하는 등 사이버 상담실 역할을 하고 있다.
|
Marketing(마케팅) 붐〓이처럼 수요가 많다 보니 피부과 등 의료기관 및 화장품 회사들의 마케팅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틈새 시장’ 정도로만 인식되던 여드름 전용 화장품 시장 규모도 98년 71억5000만원에서 올해 365억원으로 3년여 만에 5배나 뛰어올랐다. 98년 출시된 애경산업의 여드름 전용 화장품 ‘에이솔루션’은 올해 1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셀레니엄’ 역시 99년 출시 이후 연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약 50억원. 후발주자 도도화장품도 지난달 ‘에이클리닉클럽’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Principle(원칙)〓여드름 전용 화장품과 치료제의 기본은 ‘안전성’. 성분이나 효과를 꼼꼼히 따지는 ‘여드름 박사’들이 주된 수요계층이기 때문에 천연 식물성 성분을 사용하거나 권위 있는 의료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병원의 자존심을 내건 여드름 퇴치 전문화장품을 출시하는 대형 피부과도 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약품 판매가 수월치 못한 병원으로서는 좋은 수익모델이 되고 있는 셈.
이달초에는 세계 최초 ‘한방 에스테틱’을 연 대한한방피부미용학회 이은미 회장(44)이 여드름 등 피부질환을 위한 전문 한방 화장품을 출시하는 등 유명 한의원들도 ‘여드름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List(리스트) 들여다보기〓통칭 ‘여드름’으로 통일해 부르지만 형태와 증상에 따라 대처방식이 다르다. 이마와 뺨에 잘 생기는 ‘응괴성 여드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 남성의 가슴과 등에 잘 생기는 ‘전격성 여드름’,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기는 ‘월경 전 여드름’과 피지샘의 분비가 활발한 사춘기에 생기는 ‘사춘기 여드름’ 등 다양한 여드름 군단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상담 후 상태에 맞는 ‘처치 요령’을 배우는 것이 안전하다.
Epilogue(맺음말)〓여드름이 사춘기, 월경 전후에 자주 발생하는 것은 호르몬 때문. 화장품, 스트레스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기름진 인스턴트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 변화와 공기오염 등도 ‘현대적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드름 따라잡기/전문가 조언
▼임이석 강남 테마피부과 원장▼
“음주, 흡연, 스트레스가 여드름의 가장 큰 적(敵)입니다.”
강남 테마피부과(http://beautyskin.co.kr) 임이석 원장(40·사진)은 “여드름이 난 부위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공속에 맺힌 피지덩어리에 균이 옮아 곪아 버릴 경우 대부분 흉터를 남기기 때문이다.
‘완벽한 세안’을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얼굴을 빡빡 문지르다 보면 피부염이 심해질 뿐더러 피부의 방어기능을 약화시킨다.
피부 타입을 고려하지 않고 여드름약을 남용하면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해 진다는 점도 염두에 둘 것.
상태가 심할 경우 피부 중 표피의 각질층을 벗겨내는 ‘스케일링’을 받는 것도 권할 만하다. 최근에는 미세한 알루미늄 성분으로 각질의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여드름 자국을 완화시키는 ‘크리스털 필링’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름이 눈에 보이는 화농성 여드름이나 표피가 뚫린 ‘검은 여드름’은 깨끗이 소독한 주사바늘 등으로 짜도 괜찮지만 ‘알맹이’가 표피 속에 감싸져 있는 ‘흰 여드름’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은미 한방피부미용학회장 ▼
“턱에 나는 여드름은 비뇨기나 생식기에, 이마에 나는 여드름은 장에, 뺨에 나는 여드름은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대한한방피부미용학회 회장 겸 여성한의원(http://www.doctorlady.com)원장인 이은미 박사(44·사진)는 “한약 복용, 침 시술을 통해 장기(臟器)를 다스리면 여드름의 재발률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말한다.
이미 ‘꽃을 피운’ 여드름의 경우 한방팩을 사용해 완화시킬 수 있다. 여드름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한약재로는 감초, 어성초, 포공영 등이 꼽힌다.
‘감초 스킨’ 만드는 법. 감초가루 100g에 물 2ℓ를 넣고 물이 500㎖정도로 졸아들 때까지 중불에서 끓인다. 식힌 물을 고운 체에 거른 뒤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끝. 필요할 때마다 꺼내 화장솜에 묻혀 사용하면 소염, 진정 효과가 크다.
여드름의 본질은 열(熱). 열기를 쫓는 ‘찬 기운’의 화장품, 팩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우나 찜질방 등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 박사가 10월 초 출시한 여드름 피부용 ‘아크네 에센스’도 알로에, 감초, 당귀 등 찬 기운의 한약재 성분을 사용한 것.
가정에서도 한약재 가루를 약초물에 개는 ‘한방 팩’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강춘화 드봉 뷰티센터부장▼
“클린징을 깨끗이 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고 외출하세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LG 생활건강 드봉 뷰티센터(http://www.debon.co.kr)’를 찾는 월 평균 1100여명의 고객 가운데 ‘여드름 관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이는 전체의 약 30%.
뷰티센터 강춘화 부장(46·사진)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생활 습관, 좋아하는 음식, 직업에 따른 여드름 발생 원인을 파악해 이에 따른 주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아로마테라피’ 등을 이용한 마사지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에 도움을 줘 피지가 깨끗하게 빠져나가게 해준다.
매일 7시간 가량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8잔 이상의 물을 마실 것, 곪은 여드름에는 하루 2회 얼음찜질을 할 것, 지나치게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하는 것등은기본. 화장을 할경우에는 두꺼운 트윈 케이크 대신 파우더를 사용하고 아이섀도나 립스틱은 붉은 기를가라앉아 보이게 하는 갈색계열이무난하다. 남성의 경우에도 향이 강한 일반 스킨 로션 대신 여드름 전용 화장품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외출 후에는 여드름균을 막는 폼 클린징 등 기능성 세안제를 이용해 얼굴을 깨끗이 헹군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