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프리선언 황현정 앵커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48분


KBS ‘뉴스9’ 앵커 황현정(31)이 다음달 KBS를 떠나겠다고 밝힌 뒤 기자가 인터넷의 황현정 관련 사이트(cafe.daum.net/hwanghj 등 2개)에 접속하려 했으나 한동안 연결되지 않았다. 우연인지 몰라도 그 기간은 KBS에 사의를 표명한 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자 황현정이 자신의 휴대전화(01x-9xxx-4xxx)를 꺼놓은 기간과 일치했다.

그런 황현정의 휴대전화는 17일 밤 가까스로 열렸다. 먼저 세간에 떠돌고 있는 ‘남편(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이 KBS에서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 여부를 물어 보았다.

“아주 틀리다고는 할 수 없죠. 6월 결혼한 후 남편은 은근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만둘 것을 권유했어요. 평일 밤 시간을 모조리 뺐기니까 그게 안타까웠나봐요.”

메인 뉴스만 7년 넘게 진행하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KBS를 나가겠다고 하니까 방송가와 인터넷에는 ‘얼굴이 더 부은 걸 보니 임신했을 것’ ‘내조만 하겠다더라’ ‘잘리기 전에 그만둔 것 아니냐’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다. 이후 그가 “일단 내조 전념은 아니다”고 하니까 곧장 “황현정 프리랜서 선언”으로 ‘문패’가 바뀌었다.

“무슨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만둔다니까 사람들은 내가 좋은 집안에 시집갔으니 편히 살려고 하는구나 말해요. 절대 그렇지 않다니까 ‘그럼 내조 안하고 뭘 할거냐’고 물어옵니다. 정말 ‘모 아니면 도’ 같은 세상이에요.”

어쨌든 황현정이 ‘내조 전념’을 부인한 순간 방송가에서는 그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간부는 “지금의 황현정은 메이저리그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박찬호와 비슷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정작 그는 “앞으로 뉴스는 못할 테고 주로 교양프로그램을 해왔으니 그 방면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할 뿐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할 말도 없다”고 강조했다. “왜 그리 조심스러우냐”고 했더니 “KBS에 누를 끼치게 될까 봐”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흔히 여자 아나운서를 ‘방송의 꽃’이라고 부르지만, 최소한 방송국 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황현정의 KBS 3년 선배인 ‘아침 마당’의 이금희 아나운서도 지난해 프리랜서 선언 직후 “키워줬더니 나간다”고 여긴 몇몇 간부진들의 ‘괘씸죄’에 걸려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금희가 역대 KBS 아나운서 중 최단기간(10년)에 평사원에서 차장으로 진급한 케이스라면, 황현정은 1990년대 KBS 최장수(7년) 메인뉴스 여자 앵커.

“그동안 회사 간부들이 참 잘해주셨는데…. 앞으로 자주 인사 드려야죠.”

얘기가 나온 마당에 좀 더 깊숙한 얘기를 물어보려 했더니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어떻게 KBS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을 잘랐다.

아무튼 방송가와 광고계는 이미 황현정 잡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SBS의 한 책임PD는 “얼굴만 되면 발음이 뒤엉켜도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마당에 황현정처럼 ‘문무’(文武)를 겸비한 여성 진행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KBS의 한 PD는 “황현정이 맡아주면 프로그램에 상관없이 남성 시청자들이 몰려드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귀띔했다.

더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광고 시장. 황현정은 KBS 규정 상 그동안 상업광고에 출연할 수 없었지만 이젠 CF 한편에 억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밤 10시 반 쯤 시작된 통화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밤 11시 반이 훌쩍 넘었다. 남편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한밤중에 외간 남자가 전화를 해 결례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정작 그는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 이만 대화를 끊어야겠다”고 했다. 이재웅 사장은 그 때까지 밖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아내를 놔두고….

▼현정-수경-정민 '황트리오' KBS 동기 아나운서들 ▼

황현정이 KBS를 떠나겠다고 밝힌 뒤 방송가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KBS 3 황’이다. 1993년 KBS 아나운서 입사 동기인 황현정(31) 황수경(30) 황정민(30)을 일컫는 말. 이들은 벌써 8년 차 중견이지만, KBS에서 아직 ‘황 트리오’를 뛰어넘는 후배 아나운서 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모두 스타급이지만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황현정의 근소한 판정승. 황현정은 입사 이듬해부터 KBS2 아침 프로그램 ‘전국은 지금’을 맡았을 정도로 고속 성장해 메인 뉴스인 ‘뉴스9’만 7년 넘게 진행해왔다. ‘열린 음악회’ ‘사랑의 리퀘스트’ 등 주말 핵심 교양 프로그램들도 섭렵했다.

황수경의 경력도 황현정과 비슷하다. ‘뉴스9’를 비롯해 ‘열린 음악회’ 등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VJ 특공대’를 맡고 있다. 셋 중 가장 규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인지 가장 먼저 결혼했고, 지난달 엄마가 됐다. 현재 출산 휴가 중이다.

황정민은 입사 후 몇년 간은 빛을 못 보다가 1999년 ‘뉴스 투데이’와 2FM 라디오 ‘황정민의 FM 대행진’ 등을 통해 고감도의 순발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셋 중 유일한 미혼. 황현정 결혼식 날 부케를 받기도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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