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대공황까지 빚은 개인의 탐욕 '골콘다'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57분


▼'골콘다' 존 브룩스 지음/374쪽 1만2000원/그린비▼

골콘다(Golconda)라는 다소 특이한 책 제목은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누구든 그 곳을 지나가기만 하면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인도 동남부에 위치한 도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월가에도 그와 비슷한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1920년 9월 16일에 있었던 월가의 폭발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결국 미제로 끝나버린 이 사건을 중심으로 1910년대 월가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과 1차 대전 직후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설명하는 가운데, 대공황을 전후한 이 드라마 전체의 무대배경을 스케치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9월11일 터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이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갈등의 핵심을 농축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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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의 주식시장 대폭락 이야기는 금융계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폭락이 있기까지의 과정은 잘 모른 채 결과적인 ‘검은 목요일 (Black Thursday)’ 사건만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정도다. 대공황 이전 미국은 획기적인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면서 경제가 급성장했었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는 성장만 할 뿐 퇴보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기술진보는 필요한 만큼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해 과잉투자로 마감하고 이는 결국 대공황이라고 하는 큰 고통으로 이어진다.

2001년 오늘의 우리 또한 지난 10년 간, 인터넷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그 결과로 빚어진 과잉투자 문제로 인해 1930년대 대공황이 다시 엄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과연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이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은 바로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공황 당시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리차드 위트니이다. 위트니의 개인적 금융비리, 증권거래소의 고발과 위트니의 파산 신청, 실형 선고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이 책은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오늘날 자고 나면 터지는 국내의 각종 금융비리와 미국의 불행한 역사를 비교해 보면서, 지난 70여 년 간 인류가 이룬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라는 본질적 약점은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허망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최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많은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재테크에 필수적인, 금융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하게 테크닉 위주로 논의를 전개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금융 관련 서적이 아니다. 금융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사건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더불어, 탐욕이라고 하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 한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 보다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동진 옮김. 원제 Golconda(1999).

김진호(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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