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웃사랑’ 시각장애인 스님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5시 54분


“선행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되니 마음의 짐을 하나 더 짊어진 기분입니다.”

10여년 동안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도운 공로로 제22회 세계지팡이의 날(15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송암사 주지 법진(法眞·59) 스님.

어려서 부모를 여읜 법진 스님은 앞을 전혀 못 보는 시각장애 1급. 이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초등학교를 입학할 나이에 탁발승을 따라 나서 출가했다.

자신도 신체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법진 스님이었지만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91년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돼 이웃주민들이 돌봐오던 7, 11세짜리 남매를 친자식처럼 길러 직장인과 고교생으로 성장시켰다.

93년에는 800만원어치의 쌀과 라면을 마련해 혼자 사는 노인과 형편이 어려운 주민 10여명에게 나줘주는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불우이웃 돕기에 나섰다. 97년 5월에는 시각장애에다 당뇨를 앓던 마산의 추모씨에 대한 후원을 자청해 올 3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돌봐왔으며 자녀들의 학비를 대주기도 했다.

법진 스님은 이번 수상에 대해 “작으나마 부처님의 자비를 행하려 노력했으나 항상 부족하고 모자란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의령〓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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