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주한미군 역할 강화 검토▼
이 같은 맥락에서 미 행정부는 4년마다 발표하는 국방보고서(QDR·Quadrennial Defense Review) 최신판에서도 잘 나타났듯이 미 태평양사령부의 임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역시 한반도 상황이 안정될 경우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대처럼 아시아 전체 지역을 폭넓게 방어하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행정부 내에서는 한국 내 미군기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서울에 위치한 사령부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미국의 전략 입안가들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검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사령부를 지휘하는 데니스 블레어 제독은 이런 전략적 변화에 대해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국익이 걸린 지역들 가운데 아시아가 갖는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에게 ‘빅3’ 지역은 언제나 유럽, 서남아시아, 동아시아 순이었는데 지금은 동아시아가 1순위이고 다음이 서남아시아, 그리고 유럽 순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남아시아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의미한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동아시아 중에서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와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와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나머지 동아시아 지역으로 구분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은 요즘 워싱턴에서 열리는 안보관련 비공개 회의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나중에 논의되던 아시아 문제가 다른 지역 문제에 앞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30일에 발표된 QDR 최신판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국방전략 목표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지난 여름 초안이 완성된 QDR는 대규모 테러공격이 발생한 뒤 급히 수정됐지만 그 골격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수정판은 미국 본토의 안보를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본토의 방위를 국방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QDR는 아시아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블레어 제독 등 미 국방부 관리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태평양 한복판에 위치한 미국령인 괌은 앞으로 미군 주요 작전의 허브(hub)로 활용될 것이다. 1년 안에 이곳에 3대의 잠수함이 배치될 것이며 항공기 유지보수 시설과 탄약 및 연료저장 시설 등이 증설될 것이다.
둘째, 미국은 아시아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유사시에는 호주와 같은 우방국의 군사기지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군사관계는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셋째,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戰團)들이 서태평양과 인도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또 태평양 사령부에 소속된 6대의 항공모함들이 현재 대서양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중인 항공모함들과 함께 인도양에서의 정찰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넷째, 미 해군은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3, 4개의 군함 전단의 모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건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 체결한 군축협정에 따라 현재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수를 줄여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이 잠수함들에 핵미사일 대신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하는 동시에 크루즈 미사일로 무장한 군함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태지역 미군감축은 없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아시아 우방국들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언제,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를 크게 우려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QDR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 군사력을 감축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 같다.
리처드 핼로란(자유기고가·아시아 안보정책 전문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