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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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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여러 차례 밝힌 10·25 재·보선에 대한 공식 방침이다. 그러나 실상은 영 다르다. 중앙당 차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논평을 내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책자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몇 년간 방치해 두었던 서울 구로구 주민의 재산권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뒤지지 않는다. 99년 구로을 보선 때 여당의 ‘50억원 살포설’을 다시 거론하는가 하면 정말 금기시해야 할 지역감정을 긁는 논평도 내고 있다.
또한 재·보선 현장에는 당 지도부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현역 의원만 112명. 정치인을 만나려면 국회보다 선거 현장으로 가는 것이 낫다.
정작 대정부 질문이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에는 50명도 안 되는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기 일쑤다. 그나마 적지 않은 의원이 졸고 있다. 국회의장이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일일이 출석을 부르는 민망한 풍경이 이젠 낯설지 않다.
마침내 16일에는 여야가 대정부 질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상대 당 후보를 원색 비난해 국회 본회의장에까지 재·보선을 끌어들였다. ‘학력 날조’ ‘친일자의 아들’ ‘정치 사기꾼’ ‘음주운전자’ 등의 폭언이 난무했다.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꺼버리겠다”고 말려도, 일부 의원이 “의정생활 ○○년 만에 이런 꼴은 처음 본다”고 개탄해도 그칠 줄 몰랐던 입씨름과 삿대질은 여당이 앞장섰다. 야당은 ‘여당이 거액을 뿌리고 있다’는 주장을 물증도 없이 흘리기도 한다.
17일에도 민주당은 흑색선전근절대책위를 열어 “야당이 깽판 전략을 편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또한 “재·보선에 총력 대처하자”고 결의했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 티끌만 탓하는 것이 ‘삼류 정치’의 현주소다.
윤종구<정치부>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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