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고종수 아직도 어린애?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1시 39분


"'앙팡 테리블’ 고종수는 아직도 어린아이인가?"

축구 신동, 왼발의 천재, 럭비공, 시한폭탄 등 무서운 아이라는 뜻의 앙팡 테리블을 제외하고도 고종수의 별명은 여러 가지.

별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종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결코 별명이 많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만 해석되지는 않기도 하는데…

축구 신동이나 왼발의 천재라는 별명이야 축구를 잘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지만 럭비공, 시한폭탄은 고종수의 튀는 성격을 잘 반영한 별명인 것. 가장 많이 쓰이는 별명인 앙팡 테리블도 그의 반항적인 성격에 대한 의미로 지어진 별명.

앙팡 테리블은 프랑스 문학가인 장 콕토의 소설 제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성세대의 도덕 관념과 사회적 권위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말로 쓰여왔다.

78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한 고종수는 초등학교 3학년 처음 축구를 시작했고 광주 금호고 시절 대표팀에 뽑히며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프로축구 수원 삼성에 입단,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 거기에 환상적인 프리킥을 선보이며 98년에는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에 뽑히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러나 뛰어난 축구 실력에도 불구하고 고종수는 튀는 행동 때문에 여러 차례 유명세를 치렀고 대표팀 감독들과의 불화설이 나도는 등 그리 순탄한 길만을 걸어오지는 못했던 것.

지난해 심기일전한 고종수는 올해 대표팀 히딩크 호에 승선하여 각종 국제대회에서 그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역시 고종수’라는 극찬을 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컨페더레이션스컵의 부진 이후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히딩크 감독과의 불화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의 기량보다는 강한 개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무릎 십자인대에 부상을 당한 고종수는 독일에서 큰 수술을 받고 귀국 재활 훈련에 임했다.

훈련 중 팬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종수는 지난 13일에는 모방송사의 ‘휴먼TV 아름다운 세상’을 녹화. 후천성 자폐증상을 보이고 있는 김수진군을 위해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자신감을 실어준 것.

고종수가 이제 진정한 스타로서 거듭나려 하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16일 오전 6시경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고종수 일행은 자신들이 소란스럽게 한다고 경찰에 신고한 다른 일행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서 또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져버린 행동이었다. 지금 고종수가 들어야 할 말은 ‘축구 천재 고종수’이지 ‘버릇없는 고종수’가 아니다.

고종수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꿈의 무대 2002한일 월드컵을 나가기 위해서는 부상 재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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