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협상 끝내 결렬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0분


서울은행과 독일 도이체방크 자회사인 도이체방크캐피털파트너스(DBCP)간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9월말로 끝난 DBCP와의 매각협상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적자금관리위 박승(朴昇) 위원장은 “DBCP가 경영보다는 단기적 투자목적을 갖고 있고 ‘풋백옵션’(사후손실보전)을 많이 요구해 매각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더 이상 협상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여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국내외에 매각의 문호를 열겠다”면서 “합병과 독자생존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해 최선의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독자생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매각 가능성 희박〓서울은행은 국내 은행에 정부 지분을 팔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인수할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동안 거론됐던 조흥은행 인수 및 우리금융그룹 편입은 두 기관 모두 부실정리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한미 하나 국민-주택 등 우량은행이 인수해주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이들 은행은 서울은행에 별 관심이 없다.

기업문화도 다르고 합병해봐야 시너지 효과가 안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인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은행법 개정으로 소유한도가 10%로 늘어났지만 당장 은행에 투자할 만한 그룹이 없다.

▽해외매각 또는 독자생존〓서울은행의 경영 정상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 6월 20.4%에 달했던 부실여신 비율을 9월말 현재 3.9%로 낮췄고 올해 당기순이익도 1290억원이나 냈다. 외견상으로는 탐을 낼 만하지만 아직까지는 외국 금융기관이 수천억원을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상품은 못 된다는 시각이 많다.

또한 미국 테러사태 이후 외국인의 국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해외매각 재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제일은행 매각 때 성급하게 풋백옵션을 인정해준 이후 모든 외국계 투자자들이 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애물.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중현·김두영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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