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테러 불똥'만은 피해야 할텐데…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33분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야 할텐데….”

미국이 ‘반테러 전쟁’을 감행한데 이어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측에서 ‘보복 테러’를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순수 스포츠 행사인 2002월드컵에까지 튈 것으로 전망돼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월드컵조직위는 미국 테러 이후 안전에 대한 문제를 주요 ‘화두’로 잡고 대책마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근 미국이 본선티켓을 획득하면서 고민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미국이 12월1일 부산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조추첨에서 조예선지로 한국으로 결정될 경우 테러방지를 위한 대책을 한층 더 강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AP통신은 10일 이무영 경찰청장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본선 티켓을 획득하는 순간 안보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 테러에 대한 한치의 허점없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전세계에 타전하며 이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숙소를 미군기지에 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또하나의 변수가 있다.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승점 14)와 이란(승점 12)이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는데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이 티켓을 획득할 경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미국과 이란이 한꺼번에 한국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상황이 오는 것. 물론 이점에서 사우디도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상대다.

이 때문에 한국 조직위 관계자들은 조추첨에서 이들 국가가 한국을 빗겨가고 사상 첫 월드컵 본선무대에 오른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갖게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하지만 발등에 불은 이미 떨어졌다. 부산에서 열리는 조추첨 행사는 물론 12월9일로 예정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의 개장행사로 열리는 한국대표팀의 평가전 상대로 미국이 사실상 결정돼 테러에 노출될 상황을 맞게된 것. 이에 관계자들은 그 대책을 놓고 벌써부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 일본월드컵조직위는 10일 월드컵안전대책 예산을 22억2천만엔에서 28억엔으로 늘려 금속탐지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ID카드를 전면 교체하는 등 ‘테러’에 대한 대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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