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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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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보낸 숨 가쁜 하루 일과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자 그는 뜬눈으로 밤을 새운 뒤 아침이 되자마자 중국으로 향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은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4시간이 줄어 체류 시간이 6시간에 불과했다.
그가 중일전쟁의 발화지인 루거우차오 등을 방문한 것은 중일 양국에서 나름대로 평가를 받았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 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애도를 표시했고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헌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중일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된 자신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역사 문제에 관해서도 95년 ‘무라야마 담화문’보다 진전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고이즈미 총리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가며 중국측에 파키스탄에 자위대 수송기를 보내는 등 일본의 적극적인 테러 대응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방중은‘반성과 사과’가 아니라 ‘테러 대응에 대한 협력 요청’인 것처럼 보였다.
장 주석이 “일본 지도자가 A급 전범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면 복잡한 결과가 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모두들 정신없는 틈을 타서 어물쩍 ‘껄끄러운 짐’을 벗어버린 셈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5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도 일본의 전략에 말려 중국처럼 역사 인식에 대한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영이<도쿄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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