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 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32분


곪아터진 상처가 또 터졌다.

99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사건이 불거진 이후 벌써 3년째 계속되는 문제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 전면 보이콧은 시기적으로 앞당겨졌을 뿐이다.

99년과 지난해엔 비시즌에 시작돼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극적인 타협을 이뤘지만 이번에는 최대의 잔치인 포스트시즌을 코앞에 두고 나와 충격파가 클 전망이다.

선수협은 요구사항으로 외국인 선수 축소를 들고 나왔지만 그 배경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있다. 한마디로 ‘약속이 깨졌다’는 것이다. 선수협 이호성 회장은 “선수협의 건의사항을 성실하게 들어주는 게 하나도 없다. 이사회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선수들 사이엔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원인제공은 프로야구 사장단으로 구성된 KBO이사회가 먼저 한 것으로 보인다. 용병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자는 7월16일 선수협 총회 의결사항은 단장단 사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9월초 열린 이사회에선 몇몇 구단의 강력한 반대로 현행 제도 유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이사회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관중 600만명 시대가 될 때까지 선수협이 집단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올 초 문화관광부에서의 약속을 깼다”며 분개하고 있다. 사장단은 “선수들이 감히 구단의 고유권한에 도전하려 한다”며 불쾌한 표정이다.

그러나 지금 어느 쪽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이 ‘볼모’로 잡혔다는 사실이다. 선수협의 나진균 사무국장은 “포스트시즌은 ‘협상용 카드’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을 사흘 앞두고 나온 보이콧 선언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카드’라고밖에 볼 수 없다.

7일부터 포스트시즌이 열린다는 건 프로야구가 팬들과 한 약속이다. 누가 원인제공을 했든 선수협이 수백만 팬과의 소중한 약속을 깨려한다는 사실은 그 어떤 주장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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