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윤영철/'이용호 의혹' 한발 앞선 보도로 여론 주도

  • 입력 2001년 9월 2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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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신문에는 독자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 주요 뉴스가 너무 많아 어느 기사부터 읽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테러집단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줄을 잇고 한편으로는 ‘이용호 게이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 및 그 배후에 관한 기사들이 연속적으로 실리고 있다.

이처럼 뉴스 가치가 큰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을 때 개별 신문사는 나름대로의 편집 방침에 따라 각각의 사건에 어느 정도의 무게를 실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미국에서 테러 참사가 발발하자 모든 언론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이 사건에 거의 모든 지면을 할애하다시피 했다. 사태의 규모나 심각성이 전대미문이며 극적인 갈등 요소까지 갖추었으므로 테러사건이 집중보도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보도를 테러사건에 집중한 결과 개혁의 성과를 따지는 국내 현안 관련 기사들은 주변적인 위치로 밀려나거나 무시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18일자부터 ‘이용호 게이트’에 대해 집중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그동안 테러사건에 집중되었던 독자의 이목을 국내 문제로 되돌려놓았다. 특히 다른 신문들보다 한 발 앞서 ‘국정원 간부의 거액 수수혐의’(18일자 A1·3면), 이용호씨의 케이블방송채널 사고팔기를 통한 시세차익 획득 의혹(24일자 A1·3면)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용호 게이트’ 사건에 대한 심층, 탐사보도는 검찰로 하여금 배후세력을 철저히 규명하도록 하였으며 특별검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여권에 전달하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하겠다.

하지만 테러참사 사건이나 ‘이용호 게이트’ 보도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형 사건을 보도할 때마다 신문 스스로가 흥분한 나머지 사건을 과장하거나 근거 없는 추측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곤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사의 제목에 따옴표를 달아 취재원이 증언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였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17일자 A7면의 “평범한 이웃이 테러리스트”, 18일자 A8면의 ‘아랍권 “미에 미운 털 박힐라”’는 선정적인 표현의 제목을 인용부호를 사용하여 쓰고 있지만 기사 본문을 읽어보더라도 누가 그런 내용을 진술한 것인지를 끝내 알 수 없었다. 20일자 ‘이용호 게이트’ 관련 서울지방국세청 국정감사 보도 중 A5면 “진짜 해야 할 세무조사는 안하고…”라는 인용부호를 이용한 제목이 등장하지만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에 관한 언급이 없다.

인용의 대상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인용부호를 남용하는 것은 객관보도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게다가 주관적 견해를 인용부호로 포장하여 객관적 사실인 듯이 보이게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대형 사건일수록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건의 객관적 진상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보도자세가 필요하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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