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9월 27일 01시 1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스테인리스 주전자를 수출하고 있는 인천 남동공단내 ㈜경인산업도 그 중의 하나. 이 회사 창고에는 미국 테러사건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실려 있어야 할 컨테이너 3∼4개 분량의 신제품 주전자들이 그 주인공.
11일 보스턴발 비행기를 탔던 미국인 바이어 8명이 뉴욕 맨하탄 쌍둥이 빌딩의 ‘테러참사’로 희생됐고 그 여파로 경인산업과 미 마막스사와의 수출 상담이 무기 연기된 상태다.
경인산업 이정만 대표는 “한국으로 오기로 한 8명의 바이어들이 테러사건으로 숨진 뒤 미국측의 주문이 완전 중단됐다”며 “미화 60만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이 취소됐고 미국의 또 다른 회사도 40만 달러의 신용장 개설 계획을 연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회사는 유동성에 압박을 받고 있어 전기주전자와 기능성 주전자를 조기 수출을 위한 신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부 조사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36개 업체가 미국 테러사건의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용 롤러를 생산하고 있는 S실업의 경우 제품생산을 위한 원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미국에 수출하기로한 제품이 시장불안 등으로 계약취소 위기에 몰리는 등 H정보통신 등 7개 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부 김인규 지부장은 “미 테러사건 이후 수출대금이 제때 회수되지 않거나 수출상담이 중단된 것 등이 기업체의 큰 애로사항이었다”며 “그러나 이보다 미국의 테러보복으로 인한 수출감소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체들의 불안 심리는 인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인천상의가 인천지역 180개 업체를 대상으로 4·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경기 실사지수는 93 이었다. 기업경기 실사지수가 기준수치인 100을 넘을 경우 경기전망이 밝지만 그 이하면 반대다.
남동공단의 한 근로자는 “대우자동차 문제로 지역경제가 오랫동안 휘청거리고 있는데다 수출악재만 자꾸 나타나 공장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석 상여금도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