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큰손 행차"…뜬소문 요란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5분


최근 증권가에 “드디어 ‘큰손’이 나섰다”는 소문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큰손’이란 수십억∼수백억원의 자금 동원력을 가진 개인투자자를 말하는 용어.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던 이들의 돈이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본격적으로 증시로 유입됐으며 이에 힘입어 주가는 곧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게 소문의 요지다. 여기에 “은행에서 10억원 단위의 큰 돈이 계속 빠져나간다더라” “종합주가지수가 400 근처까지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이들의 자금이 들어온다더라”는 ‘카더라’ 통신도 소문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증권거래소도 24일 “테러 이후인 12∼21일 개인투자자가 1억원 이상 매수 주문을 내 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전체 계약 중 23.62%를 차지해 테러 직전(3∼11일)의 18.33%보다 증가했다”며 “이는 큰손들의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큰손 자금 유입설’에 대해 “근거가 없을뿐더러 경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큰손 자금 유입설’의 근거라고는 최근 10일 고객예탁금이 1조1000억원가량 증가했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 자금이 ‘큰손’의 것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저금리로 인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이런 기대를 좇았던 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미 세 차례의 실패를 맛 본 상태.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테러 이후 국내 경기 회복의 구체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근거가 부족한 소문만으로 부화뇌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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