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프린세스 다이어리' 곱슬머리 소녀가 공주?

입력 2001-09-24 18:44수정 2009-09-1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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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프린세스 다이어리’(The Princess Diaries)는 소녀들이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달콤한 상상을 다룬 또 한 편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미국 소녀인 미아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토해버리는 소심한 15세 소녀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미아 앞에 갑자기 생전 처음보는 친할머니(줄리 앤드루스)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유럽의 소국(小國) 지노비아의 왕자였던 미아의 아버지가 숨지자, 유일한 혈육이자 공주인 미아에게 왕위를 계승해 달라며 찾아온 것. 철없는 미아가 ‘왕실교육’을 받으며 공주로 거듭난다는 줄거리.

이쯤에서 떠오르는 영화는 신데렐라 류의 이야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다뤘던 ‘귀여운 여인’이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귀여운 여인’을 만들었던 게리 마샬 감독의 작품이다.) ‘귀여운 여인’의 창녀가 ‘왕따’ 당하는 여학생으로 바뀌었을 뿐 이 영화는 ‘귀여운 여인’의 ‘10대 버전’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미아 역을 맡은 앤 헤더웨이는 웃으면 이가 여덟 개나 드러나는 큰 입과 갈색 머리가 ‘10대의 줄리아 로버츠’를 연상케 한다.

‘귀여운 여인’에서 천박한 차림의 창녀가 의상실에서 수없이 옷을 갈아입은 끝에 귀부인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숱한 여성들을 설레게 했듯, 이 영화에서도 부시시한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낀 ‘미운 오리’ 미아가 찰랑찰랑한 생 머리에 콘텍트 렌즈를 낀 ‘백조’로 변신하는 모습이 소녀들의 환상을 자극할 만하다.

하지만 21세기에도 변함 없는 고정관념들이 좀 지겹긴 하다. 왜 곱슬머리에 안경 낀 공주는 있으면 안 되는 거지? 전체 관람가. 28일 개봉.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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