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식에 2조 국채에 10조'…국민연금 자산운용 논란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47분


국민연금이 내년도 자산운용계획을 짜면서 주식에 2조원만 투자하는 반면 국채를 사는 데 10조원을 쓸 계획을 내놓아 “자산을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장관)를 열고 내년도 자금운용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계획안은 재정경제부로부터 “주식투자 규모가 너무 작고 운용방법도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래도 고치지 않고 강행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국무회의와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식투자, 올해보다 최소 4000억원 더 줄여〓국민연금은 내년도 신규 주식투자분으로 직접투자에 6000억원, 투자신탁(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에 1조4000억원 등 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에 만기가 되는 금액을 감안하면 순증분은 1조6000억원이라는 것. 국민연금이 올해 주식투자용으로 사용하기로 한 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4000억∼8000억원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국채는 내년도 발행분의 41% 매집〓대신 내년도 국채 투자용으로는 무려 10조원을 배정해놓았다. 공공자금 회수분으로 안정적인 국채를 사들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재경부가 내년도 국채발행분을 잠정적으로 24조원어치로 잡은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한 곳에서 전체 발행 국채의 41.2%를 사들이는 셈.

국채수익률은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5년 만기 국민주택1종 수익률이 6월 말 7.4%에서 8월 말에는 6.47%로 떨어진 상태. 국민연금은 올해도 10조원을 국채에 투자하기로 하고 올 들어 현재까지 7조원 어치를 응찰해 2조원가량을 낙찰 받았다. 국민연금이 내년에 10조원 어치를 국채에 투자할 경우 국채시장은 국민연금이 쥐락펴락하면서 금리를 더욱 더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트폴리오 구성 적절성 논란〓김진표(金振杓) 재경부차관은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국채에만 투자하고 주식투자 비중을 올해보다도 더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말에 기금규모가 9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주먹구구식 운용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이번 포트폴리오 구성은 주식투자분에서 모두 손실을 보더라도 최소수익률이 3%를 넘어야 한다는 가정 아래 짜여진 것”이라며 “경제부처에서는 주식투자규모를 3조3000억원까지 늘리자는 입장이었으나 시민단체 대표들은 주식투자 위험이 너무 크다며 반대해 2조원선으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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