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회담 이래도 되나

입력 2001-09-18 18:49수정 2009-09-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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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해 어제 끝난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우리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 것이었다. 물론 9개월여 만에 열린 이번 회담으로 그동안 막혀 있던 남북대화 채널이 다시 뚫리게 된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발표된 공동보도문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남북간에 합의됐던 사안의 재탕이거나 막연한 언급으로 일관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이번 회담의 큰 성과로 꼽히는 10월 중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건만 해도 그렇다. 이산가족 문제는 작년 6·15 이후 이미 세 차례 교환 방문이 있었고, 따라서 이번에는 면회소 설치 문제에 어느 정도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할 만했다. 이산 1세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시가 바쁜 이산가족 문제를 북측은 언제까지 일회성 이벤트성 행사로, 마치 남측에 시혜를 베풀듯이 다루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동보도문 3항에는 경의선 철도 및 문산∼개성간 도로 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활성화, 4개 경협 관련 합의서, 임진강 수방사업 등 남북간 현안이 망라돼 있지만 한결같이 ‘앞으로 검토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는 식이다. 우리가 이번 회담에서 기대했던 것은 이중 몇 가지라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이었지 이처럼 두루뭉실한 내용은 아니었다.

예컨대 경의선 복원 문제는 이미 2월에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비무장지대 내의 공사까지 합의했지만 그 후 북측이 공사를 중단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 보도문에선 군사보장 합의서가 서명 발효된 뒤에 공사에 착수한다고 돼 있다. 앞으로도 북측이 공사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육로관광을 포함한 금강산 관광 활성화 문제에 대해서도 10월 초에 ‘당국간 회담’을 열기로 했는데, 그러면 관광 육로 개설의 관건이 되는 군사 부문에 대한 논의는 도대체 언제쯤 시작될지 모르겠다.

통일부는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각종 하위 회담 개최에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산가족 교환 및 제6차 장관급회담 일정을 확정하는 대신 제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북측 요구 사항인 식량 및 전력지원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당국은 언제까지 ‘돈주고 사는’ 남북대화를 계속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아무튼 10월에는 남북간에 여러 가지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만큼 북측의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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