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광표/문화장관은 출마 대기석?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7분


“문화관광부장관 자리가 선거 출마자들 경력 관리용입니까?”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이 10월 25일 서울 구로을 재선거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자 문화관광부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오는 비판이다. 특히 후임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남궁진(南宮鎭) 전 대통령정무수석 역시 내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남궁 전 수석이 출마에 앞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가신 출신이라는 경력을 ‘세탁’하기 위해 문화부장관으로 온다는 얘기다.

남궁 전 수석이 장관을 거쳐 출마한다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우 반년 남짓이다. 그리고 2003년 초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1년도 못돼 또다시 장관이 바뀔 수밖에 없다.

현 정권 들어 문화부장관을 거친 신낙균(申樂均) 의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과 김한길 장관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소설가인 김 장관이 그나마 문화와 관련이 있을 뿐 전직 장관 두 사람은 문화와는 무관하다. 남궁 전 수석 역시 문화에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다.

문화 분야 비전문가의 잇단 장관 기용에 대해 문화부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국장급 인사는 “최근 들어 행정고시 출신 젊은 공무원들이 문화부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장관 인사를 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체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문화부에는 새 국립중앙박물관 신축공사 마무리, 디지털 문화콘텐츠 확보, 2002년 월드컵개최 등 수많은 현안이 쌓여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새 중앙박물관 앞 미군 헬기장 이전 문제를 3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적격 장관 임명으로 직원들이 업무 의욕을 잃는다면 현안 해결이 늦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 대통령은 ‘문화대통령’을 자임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문화 분야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광표<문화부>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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