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땜질식 맞바꾸기…'林'역할 되레 커져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55분


11일 단행된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사는 예상보다 폭이 훨씬 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청와대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 주요당직 인사는 ‘탈(脫) 계보’ 원칙을 유지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 역시 ‘자리 맞바꾸기 인사’가 4명이나 돼 쇄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서실 대폭 개편〓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장관은 3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지 8일 만에, 7일 개각으로 통일부장관을 물러난 지 4일 만에 예상대로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장관급)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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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집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국회의 해임안 가결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대체로 임기말 관리를 위한 실무형 인선이라는 게 중평. 그러나 총 8명의 수석비서관 중 정책기획(박지원·朴智元) 정무(유선호·柳宣浩) 민정(김학재·金鶴在) 경제(이기호·李起浩) 등 서열 4위까지와 서열 8위의 공보(오홍근·吳弘根) 등 5명이 호남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관계자는 “개편 폭을 급하게 확대하다 보니 일부 부자연스러운 결과도 나온 것 같다”며 공보수석과 국정홍보처장, 민정수석과 법무부차관의 맞바꾸기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당초 경질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수석은 경질설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버티다, 최종 결정 과정에서 유임되거나 다른 자리로 옮기는 형식으로 구제됐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탈계보〓민주당 주요당직엔 특정 계보와 연을 맺지 않은 중립적인 인사들이 중용됐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는 한광옥(韓光玉) 대표 기용에 따른 일부 대선예비주자 진영과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내년 대선후보 경선 관리까지를 겨냥한 인선으로 보인다.

당초 사무총장에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 계보인 문희상(文喜相) 의원이, 정책위의장에는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과 가까운 홍재형(洪在馨) 의원이 사실상 내정단계까지 갔으나, 한 대표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을 만나 탈계보 원칙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성향이 강한 심재권(沈載權) 의원의 총재비서실장 발탁은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총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정의 조율을 담당할 핵심라인인 김명섭(金明燮) 사무총장과 유선호 정무수석의 정치적 중량감이 다소 떨어져 한광옥 대표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윤승모·윤영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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