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지하철 석면' 서울시-시민단체 논란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35분


“지하철에서 석면이 검출됐지만 시민 건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는 믿을 수 없다.”

‘죽음의 섬유’로 알려진 석면이 서울 지하철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석면의 유해성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벌인 실태조사여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3일 석면 검출 사실을 공식발표하면서 검출된 석면이 인체에 크게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서울지하철노동조합과 환경단체 등은 서울시를 원천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쟁점별 양측 입장▼

서울시쟁점시민단체 및 지하철노조
-10개 지하철 역사 및 군자차량사업소에서 151개 시료를
무작위 채취
-냉난방 공사시기가 아니었음
조사대상
및 시기
-군자차량사업소의 일부 차종만을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하고 전체
전동차의 부품을 조사한 것처럼 확대
-냉난방 공사중에 재조사해야 함
-채취된 백석면은 비교적 인체 유해성이 낮은 석면의 종류
-인위적으로 건드리지 않을 경우 시민 안전에는 무해
조사결과
및 안전성
-독성은 낮더라도 백석면은 매우 유해한 발암 물질
-지하철 역사내 퇴적물질에 섞인 석면 성분에 지하철 근로자 상시 노출
-석면 사용기준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
-공사 전 작업자 예방교육
-작업장 격리 및 밀폐
향후 대책-관련 책임자 처벌
-지하철 공사에 참여했던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 실시
-지하철 근로자에 대한 특별 건강검진 실시

▽지하철내 석면은 과연 인체에 유해한가?〓가장 큰 쟁점이자 논란의 본질이다.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경우는 △환기용 덕트 및 연결부위 개스킷 등 설비자재 △천장 석고보드와 벽면 도포물질 등 마감재 △전동차용 부품 등 36건.

서울시는 “검출된 석면은 인체에 덜 해로운 백석면이 대부분”이라며 “보수작업 등 공사를 벌일 경우가 아니면 실제로 인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석면 중 섬유형태가 가늘고 뻣뻣한 청석면의 경우 몸속에 오래 남아 있어 가장 유해하지만 백석면은 이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조사 시점이나 방법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1기 지하철(1∼4호선)내 석면을 모두 교체했다고 했는데 조사결과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냉난방공사 등 각종 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이 작업자와 시민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브레이크 라이닝 등 전동차 부품에도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지자 환경단체와 지하철 노조측은 “89년 이후 브레이크 라이닝 소재를 석면에서 인체에 무해한 케블라로 전환하는 등 석면 사용을 중지해왔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과연 백석면은 괜찮을까〓서울시는 “석면의 공기 중 농도가 미국의 환경기준권고치인 0.01개/cc보다 낮은 0.0018개/cc로 나타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동조사반에 참여한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李允根) 박사는 “석면은 공기 중에 극소량만 있어도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아예 기준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주대 예방학교실 장재연 교수(환경보건전공)도 “백석면은 독성 정도가 낮을 뿐이지 여러 사례를 통해 유해성이 입증된 발암 물질”이라며 “백석면이 ‘비교적 유해성이 낮다’는 서울시의 표현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서울시는 조사 결과 확인된 석면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설명을 되풀이하면서 파문 수습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 장흥숙(張興淑) 대기보전과장은 “유해물질이 함유된 건축자재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하생활공간공기질관리법’ 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지하철 역사에 ‘석면지도’를 작성해 공사 전에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하철 노조와 환경단체들은 석면 유해성 논란을 불식시킬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3일 성명을 내고 “작업현장에 있었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양장일 사무처장도 “지방의 지하철과 철도, 민간 건물에도 많은 양의 석면 자재가 사용된 만큼 정부가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철·차지완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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