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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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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전통시대에는 마을의 계율이 엄격했다. 주민 가운데 누구든 불륜 불효 절도 등 나쁜 일을 하면 용서하지 않았다. 마을의 공동체정신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불륜에 대해선 엄격했다. 그래서 불륜남녀를 마을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불러놓고 돌을 던지는 등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견디지 못한 남녀는 밤을 틈타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마을차원에서 추방령을 내리기도 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169명의 신상을 공개해 ‘현대판 주홍글씨’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개 첫날인 어제 명단이 실린 청소년보호위 홈페이지는 ‘주홍글씨’를 보려는 사람들로 한때 접속이 마비됐다. 찬반논란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청소년의 인생이 성범죄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인격침해 이중처벌 형평성 가정파괴 등의 이유를 들며 반문명적 제도라고 비난한다. 위헌 논란도 일고 있다.
▷양쪽 주장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명단을 공개해야 할 정도로 청소년대상 성범죄가 심각해졌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제도가 시행된 만큼 이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도록 구제절차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명단을 인터넷이나 시도게시판에 게재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학교나 경찰서에 비치해 필요한 사람만 보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명단공개 그 자체가 아니라 사전예방이 이 제도의 기본정신이 돼야 할 것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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