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싱크로에 푹빠진 대학강사 송광영씨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23분


지난 25일 늦은 오후. 일반인들이 모두 빠져나가 썰렁한 서울 잠실수영장 한켠 다이빙 풀. 날씬한 각선미의 새하얀 다리들이 물위로 곧게 솟아올랐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싱크로). 물속에서 거꾸로 서서 다리만 물밖으로 내미는 연기연습이 한창 진행중이었던 것.

‘철썩’. 숨을 참을 수 없었던지 곧추세웠던 다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떨어지고 대신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물 위로 떠올라 ‘푸우’하고 숨을 내쉰다.

“아니 세상에, 남자잖아!”

‘인어 왕자’ 송광영씨(31). 그는 지난해 7월 대한민국 남자 중에서 첫 번째로 싱크로에 입문해 ‘인어 공주’들과 물 속에서 유영을 즐기고 있다.

그가 1년여전 싱크로를 배우겠다고 ‘이싱크로클럽(www.synchrokorea.co.kr)’에 e메일을 보낸 뒤 직접 찾아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전용종목’을 배우겠다는 그를 보고 ‘길어야 한달정도하고 말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중대한 착각. 송씨는 7월 16일 동료 인어들로부터 입문 1주년기념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송씨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마스터스반 연습에 1년동안 거의 빠지지 않았다. 그가 연습에 빠진 것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와 논문준비로 어쩔수 없이 빠진 경우밖에 없었다.

논문? 송씨는 어엿한 대학강사다. 건국대 낙농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박사’.

싱크로를 즐기는 그를 학생들이나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싱크로한다고 하면 처음엔 색안경끼고 보더라구요, 마치 성전환자를 대하는 것처럼….그래서 차근차근 설명했죠, 이건 스포츠다, 좋아하면 남녀 구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며 미국엔 수백명의 남자선수들이 있다”라고. 송씨가 내세우는 ‘인어왕자’의 논리다.

주위의 만류는 없었을까. 당연히 커다란 난관이 있었다. 다름아닌 그의 완고한 아버지. “니 꼴이 그게 뭐꼬?”라는 아버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송씨가 물을 접한 연륜은 그리 길지 않다. 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때가 군제대후 박사과정 2학기에 복학한 98년.

공병대에서 군생활을 한 그는 강에 다리를 놓는 도하작전때 ‘수영을 배우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한 게 동기. 제대 후 수영장을 찾아 2년쯤 배우니 이번엔 매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 싫증이 났다. 이때 인터넷에서 접한게 싱크로 였고 송씨는 즉시 무조건 한번 배워보겠다고 나선 것.

“참 열의가 대단해요, 수영경력이 적고 아직 몸이 뻣뻣하긴 하지만 그런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싱크로클럽’ 대표 이수옥씨의 평가다. 송씨 이후로 싱크로를 배우는 ‘인어 왕자’가 10여명으로 늘었다.

“싱크로는 창조적인 운동이에요, 수영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해요.” 송씨의 싱크로 예찬은 막힘이 없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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