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US오픈]힝기스 여유…주위 의식않고 종일 싱글벙글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22분


‘알프스 소녀’  힝기스의 포핸드 리턴.
‘알프스 소녀’ 힝기스의 포핸드 리턴.
‘알프스의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사진)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03주 동안 세계 여자테니스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데도 99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10개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지 못한 데 따른 스트레스는 잠시 접어둔 듯 보였다.

뭔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일까. 28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개막전을 치른 그는 하루종일 싱글벙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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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시· 사핀· 데이븐 포트 첫판 승리

▽아서애시스타디움

힝기스는 센터코트에서 미국의 로라 그랜빌과 여자단식 1회전을 치렀다. 2만2911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평일 오전 게임인 탓인지 극성팬이 관중석의 절반 가량을 채웠다. 하지만 톱스타의 멋진 플레이에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고 약자를 응원하는 홈 관중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달 윔블던에서 1회전 탈락의 수모를 당했던 힝기스는 단 46분 만에 2-0으로 간단히 이겼다. 서브에이스 4개를 올렸으며 2세트에서는 단 한 게임도 빼앗기지 않는 완승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의 기립박수에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1번 인터뷰룸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힝기스가 샤워를 한 말끔한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그는 여기서 또 다른 경기를 한바탕 치러야 했다. 9월 3일자 타임지에서 표지인물로 나온 윌리엄스 자매를 다룬 기사에서 ‘그들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달리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집중 질문을 받은 것. 인종차별 시비에 휘말린 힝기스는 미국 기자들의 집요한 공세에 시종 여유 있는 모습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럴 의도는 없었으며 내 생각을 밝힌 것 뿐”이라고 당당히 받아쳤다.

▽선수식당

세계 최고라도 먹는 것은 별 다를 게 없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선수라운지를 찾은 힝기스는 뷔페식 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피자 샐러드 등을 골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에게는 점심 한끼에 15달러 상당의 식권이 주어진다. 마침 식당에서 쉬고 있던 이형택이 힝기스를 쳐다보며 “1년에 수백만달러를 버는데 식권으로 계산을 할까”라며 궁금해했다. 동료 매니저와 웃으며 농담을 나누던 힝기스 역시 계산대에 식권을 내밀더니 상위 시드 선수에게 배정되는 특별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뉴욕〓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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