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스포츠 신문들에게 고함

  • 입력 2001년 8월 28일 10시 00분


▶ 너희가 평가전의 의미를 아느냐..

얼마전 체코와의 평가전후 히딩크에 대한 해임론까지 나오는 등 각종 스포츠 신문들의 비난에 이어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히딩크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팽배하다. 지난 대 프랑스전에 이어 또다시 5:0이라는 큰 스코어차로 참패를 당했으며 또한 히딩크 감독의 취임이후 대 유럽전 전패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득세하고 있는 히딩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한편으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말 그대로 그 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시험해 보고 또한 그 동안 노력해 왔던 단점에 대한 보완의 정도와 미처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또 다른 단점에 대한 시험무대란 말이다. 물론 제대로 된 평가전도 하고 더불어 승리라는 전리품까지 챙겼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평가전의 의미는 승리가 아닌 테스트가 아닌가. 그런 이유로 상대에 의해 우리들이 가진 단점들이 낱낱이 까발려질 수만 있다면 5:0이 아니라 10:0인들 어떠한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평가가 아닌가 말이다.

-> 신뢰도와 Just money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8월 22일 스포츠 조선>

그리고 자꾸 독선적이니, 사생활이 문란하다느니, 베스트 11이 없다느니 하며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 과연 이들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신문의 기자들인가를 의심케 한다. 축구에서 감독의 위치는 절대적이어서 그 팀의 경기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감독이라는 위치이다. 그러나 지금의 신문들의 논지를 따르자면 히딩크는 일일이 그의 축구를 구사함에 있어서 한국인 코치들과 협의해야 하며 그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하수가 중수를 평가할 수 없고 중수가 고수를 평가할 수 없는 법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히딩크의 됨됨이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감독으로서의 그는 분명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그를 데려온 것 아닌가. 일단 그에게 우리 축구를 맡겼으면 좀 내버려두란 말이다. 그가 우리의 모든 치부를 들추어 낱낱이 해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진정한 한국 축구의 체질개선은 그러한 모든 썩은 치부들이 모두 밝혀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한국축구의 처지가 때론 비참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병을 고치고자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사를 못 믿어 상처를 보이려 하지 않으면 더욱 병은 깊어 갈 것이며, 살을 째는 아픔을 견뎌야 고름을 빼낼 수 있듯이 결국엔 우리의 몫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체질개선을 위해 국내의 각종 세력으로부터의 외압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선진 축구를 구사하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것이 아니었던가. 해서 지금껏 가려져 왔던 한국축구의 숨은 단점과 실력들이 이제 막 그 치부를 드러내려 하는 찰나에 오히려 그것을 빌미 삼아 해임설 운운하며 연일 흔들어 대며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도인가. 단순히 기사거리가 필요해서 인가? 아니면 그 정도도 상황을 분석을 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어있지 못한 기자들의 집단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리는 무뇌(無腦) 집단인가? 과연 한국축구를 위하는 마음이 있긴 있는 걸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평가전인가 그것을 생각해야 될 것이다.

▶ 축구를 우습게 보지 마라..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리도 생각 없는 기사만을 쓰는가. 매일 매일 기사거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가. 그러나 그것보다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축구와 축구팬들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라는 데에 더 심증이 간다. 잠시 옆의 자료 사진을 보자. 옆의 사진은 지난 대륙칸컵 전에 평가전을 위해 내한했던 카메룬팀에 대한 국내 한 스포츠 신문사의 기사의 사진이다. 먼저 타이틀을 보면 카메룬 대표팀을 소개하면서 ‘레게축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본문 중에는 “‘불굴의 사자’라는 닉네임답게 힘과 기술이 겸비된 ‘레게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라고 카메룬을 소개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레게라는 것은 음악의 한 장르로서 중미의 자메이카의 토속음악이 알려져 발전된 것이다. 때문에 레게축구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중미의 자메이카의 축구를 소개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프리카의 카메룬을 소개하면서 갖다 붙이다니 생김새가 흑인이면 다 레게축구인가? 이것은 마치 유럽에서 우리 나라 대표팀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가라데 축구’나 ‘만리장성 축구’라고 소개하는 것과 무엇이 틀리냔 말이다. 또 사진에는 없지만 그 하단에 기사내용에서도 파르마 소속인 패트릭 음보마를 AC 밀란 소속으로 이적시키는 등 당최 맞는 사실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기자도 사람인 이상 어느 정도의 실수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는 자신도 확실히 알지 못하는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 너무 티가 난다. 또한 위의 기사를 보고 너무 어이가 없는 마음에 그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봤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떠한 답변은커녕 기사의 정정 또한 없다. 능력이 안되면 열의라도 있어야 할 터인데 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언론매체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조차 안되어 있다는 것 아닌가. 제대로 된 논평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어줍잖은 추측으로 명확한 사실들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러한 것들이 쌓여 대중들로 하여금 얼마나 잘못된 편견과 시각에 중독되게 하는지를 아느냔 말이다. 잘 모르는 것은 차라리 논평이나 기자의 시각 등은 배제하고 정보전달 기능만을 충실히 수행하면 되는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아니면 그대들이 그렇게 아무렇게나 끄적거려도 될 정도로 축구와 축구팬들의 수준이 우습게 보이는 것인가?

여전히 그런 잘못된 기사들을 양산하 듯 토해내고 있는 신문들이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툭하면 한국 축구를 위한다며 각종 캠페인을 벌이곤 한다. 사실 말이 캠페인이지 그냥 지면상에 그런 캠페인을 하는 중임을 알 수 있는 기사만이 있을 뿐 실질적인 것들은 아무 것도 없음을 볼 때 이제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뻔뻔함까지 느끼곤 한다. 그런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정 한국축구를 위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전문 지식이 있는 기자들을 선발하라”고…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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