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국 증시 나홀로 '버티기'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42분


<<해외증시가 허덕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만 유독 상대적인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 들어 주요 8개국 증시의 주가 상승률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주가 등락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증시만 올랐고 모든 아시아 및 유럽 증시가 10% 이상의 하락률을 보였다. 8월 고점 대비 상승률을 비교해도 8개국 증시 중 국내 KOSPI지수만 떨어지지 않은 상태.>>

▽상대적 강세의 원인〓27일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43포인트 오른 578.74, 코스닥지수는 0.35포인트 상승한 68.13으로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미국 네트워킹기업인 시스코사의 주가 강세에 따른 나스닥지수 상승으로 네트워크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였고 금융 제약 건설주 등의 대중주가 여전히 장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경제의 펀더멘털만 보면 정보기술(IT)산업 비중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결코 유리할 게 없는 것이 현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신 △초저금리기조와 실적호전 재료를 바탕으로 한 대중주의 강세 △주식이 싸다는 점과 원화강세에 따른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에서 상대적 강세의 원인을 찾고 있다.

동양증권 김주형 과장은 “기술주의 공백을 금융 건설 제약주 등이 메워주고 있으며 여기에는 외국인들의 매수세 지속이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로 같은 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 비중은 6월 최고점 이후에도 0.0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우리 증시의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싸다는 점도 투자자로서는 매력 포인트. 삼성증권에 따르면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은 주요 8개국 중 가장 낮은 상태다.

동원경제연구소 김길주 수석연구원은 “8개국 세계 주요 증시의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뽑아본 결과 우리나라 증시의 투자매력도가 미국 다우증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고 말했다.

▽향후 변수〓역시 가장 큰 변수는 미국 및 세계 경기의 회복 여부. 저금리기조로 인한 내수 관련주 및 트로이카주의 상승만으로는 지수 상승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시스코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날 국내 증시에서 기술주를 살 때라고 얘기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삼성증권 김도현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기술주의 매기가 있겠지만 여전히 내수 관련 우량주와 은행 건설 등 대중주가 유효한 장”이라며 “단기적인 등락을 거듭하면서 업종별로 상승세가 돌아가는 순환매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움직임도 변수다. 동양증권 김주형 과장은 “외국인은 최근 한달 동안 투자 잣대를 미국 증시움직임보다는 원화강세와 국내 주식 저평가에 비중을 뒀으나 앞으로는 해외증시 움직임에 연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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