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가시고기'작가 조창인씨 신작 '등대지기'펴내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32분


14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43)씨가 신작 '등대지기'(밝은세상)를 발표했다.

출판사와의 약속대로라면 올해초에 '후속타'가 나왔어야 했지만 조씨는 경기도 안성 인근 시골 작업실에 틀어박혀 1년반 동안이나 장고를 거듭했다. 26일 산고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푸석한 얼굴로 상경한 그는 "이제 '가시고기'는 덫이자 늪이다"고 말했다.

전작과 절연하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신작 '등대지기'는 전작의 성공을 계승하는 적절한 타협책을 보여준다. 장안의 지가를 높이게 만든 '눈물겨운 가족애'라는 소재를 재활용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

'등대지기'에서 주인공 재우가 치매로 형제들에게 외면당한 어머니를 돌보며 자식의 도리를 깨닫는 이야기의 한 축이 전자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등대지기를 천직으로 삼아 묵묵히 남도의 섬 구명도를 지키는 이야기의 다른 축은 후자에 해당된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한 부성애를 치매에 걸려서도 사고를 당한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모성애로 치환한 것은 전작의 흥행성을 고려한 '자기복제'의 혐의가 느껴질 법하다.

하지만 조씨는 작품 소재에 대한 지적에 대해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외아들을 건사한 어머니에 대해서 오랫동안 부채감을 가져왔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모성이나 효심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등대지기 같은 삶에 주목해주면 좋겠다"고 덧붙혔다.

사실 '등대지기'는 전작에 비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강도와 빈도가 적어진 대신 흠으로 지적되던 문장의 완성도와 스토리의 구조적 안정성이 높아졌다. 이에대해 조씨는 "'가시고기'에 비해 이야기 흡인력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유치한 감상의 과잉은 경계했다"고 말했다.

책 머리말에서 조씨는 "'문학은 자기구원의 행위'라는 니체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인터뷰에서도 "문학은 궁극적으로 작가 자신보다는 독자를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면서 '본격 순수문학의 고립'을 우려했다. 그리고 "대중소설에도 작가주의가 있어야 한다"며 출판사의 주문제작에 의해 생산되는 '팬시소설'도 비판했다.

조씨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대중성을 잃지 않는 문학적 향취'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례로서 '흡인력 있는 스토리의 대가' 스티븐 킹과 '감동을 뽑아내는 달인' 아사다 지로를 꼽았다. 다음 작품으로는 본격문학 작가의 전매품으로 여겨지던 단편소설에 도전해서 '대중 단편소설'이란 장르를 개척할 요량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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