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호/3金式 카르텔 이번엔 깨자

  • 입력 2001년 8월 23일 19시 07분


그동안 3김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나왔으나 그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두 분이 대통령이 되었고, 최근에 나머지 한 분마저 주변을 통해 대권 도전론을 내놓고 있다.

김종필(JP) 자민련 명예총재 특유의 선문답(禪問答)을 통해 나온 소위 ‘JP 대망론’이 새로운 강자를 찾아 나서려는 포석인지, 홀로서기를 위한 것인지, 3김 연대를 모색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장차 두 김씨가 JP를 미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소문이니 마지막 김씨의 마지막 정치적 행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지역을 볼모로 한 3김씨의 합종연횡이 공정한 정치적 경쟁을 유린했기 때문이다. 3당 합당을 통한 JP와 YS(김영삼)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YS 정권을 낳았고, JP와 DJ(김대중)의 연합이 DJ 정부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3김의 정치적 담합(談合)을 통한 카르텔 정치가 시장에서 몇 개의 소수 기업이 담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정당정치의 공정경쟁을 해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누구나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자유다.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그러나 3김의 폐해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에 3김식 카르텔 정치를 문제삼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우리 국민은 외환 위기를 맞아 아직도 고통받고 있고, 지금 김대중 정부에서 우리는 의약분업 파동과 의료보험 재정 파탄, 대북정책 관련 남남 갈등, 조세 정의를 앞세운 언론탄압, 그리고 경제 침체 등을 겪고 있다.

두 김씨에 시달린 국민이 3김 정치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JP가 민주화시대에 대권에 욕심을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권위주의 정치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현실은 그가 민주화 이후 형성된 3김의 정치 카르텔의 일원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찌해서 우리 정당정치가 이 모양인가?

그동안 3김 퇴진론이 허공에 사라진 것은 3김의 정치 카르텔을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아무리 노력해봤자 소용이 없다. 예를 들면 50대 기수가 당을 뛰어 넘어 서로 연대하여 3김의 대안으로 나서야 3김 퇴진이 가능하다.

30년 전 2김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신민당 대통령 후보에 나설 때 김영삼씨 혼자 나섰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씨와 이철승씨가 함께 나섰기 때문에 당 원로들의 카르텔을 부숴 버릴 수 있었다.

지금은 3김이 언제든지 합당하거나 연합할 수 있기 때문에 3김 카르텔을 무너뜨리자면 당을 초월하여 50대 기수들이 힘을 합쳐 3김의 대안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이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해 서로 연대하지 못하면 3김의 정치 카르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단순히 50대 기수론만을 내세우면 안 된다. 왜냐하면 3김 카르텔의 출현과 유지를 도와주는 정당정치의 틀을 바꾸어야 새로운 승자가 또 다른 3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3김이 사라지더라도 그들을 지탱해 온 틀이 깨어지지 않으면 다시 3김식 정치 지도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영수회담, 하향식 공천제, 장외투쟁, 당정협의회, 당사무국 중심의 원외정당 체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사금고화 등이 모두 3김의 정치 카르텔을 유지시켜 주는 요소들이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권위주의시대에 만들어진 나쁜 정치적 관행이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결국 정당 개혁이 최우선 과제이다. 지금의 당원제도는 기본적으로 주로 ‘품삯’을 받고 총재나 위원장의 심부름을 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의 기본 요소를 당원으로 생각하지 말고 지지자(supporter)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 선거에서는 당원이 적더라도 지지자가 많으면 권력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인물이 나와서 정당의 틀을 바꾸어야 카르텔 정치가 중단될 수 있다.

김용호(한림대 교수·정치학·본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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