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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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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 가동’의 원인을 한전측은 가스터빈의 불량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납품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는 가동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종의 발전기 수십 기가 세계 곳곳에서 한꺼번에 고장이 나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제조자측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안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전의 교섭 자세와 협상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이 발전기의 최다 구매 고객이면서 우선적으로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알스톰이 참여하거나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여타의 사업분야에서 이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범정부 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한다.
산업자원부와 한전의 담당자는 보령화력이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없어도 되는 발전소라면 왜 지었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전력예비율을 높이기 위한 첨두부하용 발전소가 이처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도 괜찮다면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예측 자체가 과장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산자부와 한전이 작성한 발전소 건설계획이 바로 그 같은 예측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당국은 그동안 발전소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전제조건부터 잘못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기회에 객관적 기관을 통해 전기요금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부당한 국민부담이 있다면 덜어주어야 한다. 전기는 국민 전체가 소비자라는 점에서 세금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 같은 낭비를 보충하기 위해 계속 비싼 전기를 써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과다 책정 시비 때 산자부와 한전이 신뢰성 없는 해명을 한 것이 밝혀진 만큼 차제에 가정용 전기의 누진요금 체계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번 일이 한전의 투명경영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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