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김병지 “안튈테니 뛰게해줘”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23분


'너무 까불었나?'
'너무 까불었나?'
“이젠 ‘폼생폼사’도 버렸는데….”

폼에 죽고 폼에 산다던 한국 프로축구 ‘간판 수문장’ 김병지(포항 스틸러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높이에 맞춰 새색시처럼 얌전해졌고 프로 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데도 한번 떠난 대표팀과의 인연이 좀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병지는 포스코 K리그 11경기에 출전해 단 6실점만 허용했다. 경기당 실점률 0.55로 김해운(0.77·성남 일화) 신의손(0.85·안양 LG)을 따돌리고 국내 골키퍼 중 최고의 ‘짠물’ 방어다. 그나마 허용한 6골도 2골이 페널티킥, 1골이 직접프리킥에 의한 골이었다. 포항이 22일 오후 현재 K리그 13경기에서 단 14득점에 그치고도 수원 삼성에 승점 1이 뒤진 채 2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김병지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다.

김병지의 플레이 스타일도 크게 바뀌었다. 여차하면 하프라인까지 치고 나와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곤 했던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골문에 웅크린 채 놀라운 집중력으로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올스타전 때도 김병지는 웃음기 없는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 쇼맨십을 기대했던 관중들의 기대를 외면했다.

김병지가 이처럼 바뀐 것은 1월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 위험한 전진 플레이로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고 난 후부터.

김병지는 이후 실력으로도, 행동으로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좀처럼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병지는 내년 월드컵 출전이 현역으로서 마지막 기회이자 꿈이다. 내달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다시 소집되는 대표팀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을까.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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