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장섭 장관 스스로 나가야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6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 위험국 판정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정부 안에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4개월 동안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건설교통부의 안이한 상황 판단과 허술한 벼락치기 행정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대처 능력도 떨어지고 위기 불감증은 중증이다. 건교부는 5월 1차 예비평가 때 지적을 받고서도 2개월여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2차 평가를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전문인력 채용공고를 냈다. 2차 평가를 받고서는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2등급 판정을 내리기 전에 다시 최종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는 등 상황 인식이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오장섭(吳長燮) 건교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대표로 일하던 건설업체의 특혜 공사수주 및 부동산 위장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공동 정부의 자민련 몫으로 입각하다 보니 사전검증도 무사 통과했고 건설교통 행정이 실종되는 사태에 이르러서도 친정인 자민련의 철벽 방어를 받는다.

특히 오 장관 취임 이후에 건교부의 행정 실책이 너무 잦았다. 오 장관이 지나치게 건설업계의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최근 소형주택 분양가 자율화 방침을 발표했다가 건설업계만 봐주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자 일주일 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수도권 주민들의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자연보전권역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어이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군부대가 많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 댐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군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문제가 관련된 정책을 발표하면서 부처간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정도면 건설교통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자민련의 처분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자민련 지도부는 오 장관 문책론을 보고 받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를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행정능력보다는 정당 기여도에 의해 장관으로 발탁된 인사들이 실수를 거듭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높지 않았던 공동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 장관은 여권에서 문책론이 거론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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