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아이 러브 유', 남녀 4명의 얽힌 운명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9분


남녀 간 의사소통의 부재가 아직도 영화의 특별한 소재가 될 수 있을까. 문희융 감독의 데뷔작 ‘아이 러브 유’는 모처럼 이 문제를 파고든 멜로 영화다.

비디오 저널리스트 현수(김남주)는 죽음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중 사경을 헤메는 유진(서린)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유진의 곁에는 현수의 초등학교 동창인 지후(오지호)가 있다. 현수는 지후에게서 자신의 연인이자 또 다른 초등학교 동창인 진성(이서진)과 유진의 관계를 듣게 된다. 화면은 곧바로 20여 년 전 초등학교로 옮겨진다.

인터뷰 / 예고 / 뮤직 / 메이킹1,2,3 보기

영화 앞부분은 박진감있게 이들 4명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부각시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싱겁게도 이들의 운명을 풀어내는데 머물러 이같은 기대를 저버린다.

현수는 뜬금 없이 “사랑은 희극어인가, 비극어인가”를 반복한다. 주인공 4명이 번갈아 “미안해”를 연발하는 대목은 영화 ‘러브스토리’의 명대사(“사랑은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냐”)를 생각나게 하면서 기존 멜로 영화와의 차별성을 억지로 확보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뒤엉킨 대사와 달리 깔끔하게 계절 별로 담아낸 화면과 군더더기 없는 배경이 아름답긴 하지만 스토리와 연결되지 않아 마치 움직임이 없는 정물화 같은 느낌을 준다.

MBC 드라마 ‘그 여자네 집’에서의 호연 중인 김남주의 첫 영화. 그러나 이전 드라마에서 보여준 도회적 캐릭터로 회귀한 듯 하다. 오지호는 영화 ‘미인’에서 보여준 마네킹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