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박예은양 대한생명배 어린이국수전 참가기

  • 입력 2001년 8월 19일 19시 12분


대한생명배 어린이 국수전 서울예선이 15일 서울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 열렸다. 어린이 대회로선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여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는 아마 4단 이상의 최강부를 비롯해 유단자부, 고급부, 중급부, 샛별부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유단자부(아마 초단∼3단)에 참가한 박예은(경기 고양시 장촌초등학교 3년)양의 참가기를 싣는다.

아침 7시반. 저절로 눈이 떠졌어요. 오늘은 어린이 국수전 서울예선이 있는 날. 롯데 햄우유배, 여류 국수전 등 여성 기전에는 몇번 참가했지만 전국 기전은 오랜만이라 가슴이 설[4]어요.

평소 다니던 차수권(프로 4단) 바둑도장에 갔어요. 같이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도 나와 있었어요. 이들과 봉고차를 타고 붕∼. 30분만에 대국장으로 갔어요.

와, 정말 많은 아이들이 참가했네요. 1000명이 넘는다죠. 체육관이 애들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요. 저는 유단자 8조. 4명이 리그전을 벌이는데 모두 남자 애들이네요. 쬐금 불안했어요.

어른들의 축사가 끝나고 김인 9단께서 ‘대국 시작’을 선언했어요. 아이들이 돌 놓는 소리가 일제히 울려 마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같았어요.

호호호, 겉보기완 달리 좀 약한 상대예요. 우변에서 큼지막한 대마를 잡았어요. 상대가 좌변 대마를 잡으러 오네요. 워낙 눈 모양이 풍부해 잡히진 않겠지만 한수 한수에 신중을 기했어요. 좌변 말이 살자 상대가 돌을 던졌어요. 우와, 신난다.

쉴 틈도 없이 다음 대국이에요. 제가 백. 상대도 1승을 거두고 있었어요.

흑흑, 초반부터 밀렸어요. 다급한 마음에 실리를 챙기다가 좌변 백말이 위험해졌어요. 사는 수가 있었는데 착각하는 바람에 백말이 죽고 말았어요. 계가가 안될 정도로 불리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계속 바둑을 두었어요. 결국 20집 이상 지고 말았어요. 한 조에서 1명씩만 올라가기 때문에 전승을 거둬야 하는데….

다음 대국 때문에 아쉬워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러나 마지막 대국도 초반엔 유리했는데 지고 말했어요. 분해서 눈물이 찔끔 났어요.

점심시간 때 엄마 아빠가 왔어요. 엄마 아빠를 보니 괜히 죄송한 거 있죠. 엄마 아빠는 다음에 잘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나중에 얘길 들으니 오후 5시까지 대회가 계속됐다고 해요. 저희 바둑 도장 선수들이 많이 본선에 진출했대요. 저도 실력을 키워서 다음 번에 꼭 본선, 아니 우승할 거예요. 그리고 꼭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창호 아저씨 너무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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