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선택적 협조'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30분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부산 휴가와 이달 초 미국 방문 등 잠행하는 듯한 모습이 뚜렷하다. 워낙 정치 고단수의 실력을 발휘해 온 터라 무슨 구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JP는 그동안 여러 정치상황 속에서 자민련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제소리’를 내왔다. 정가에서는 이러한 JP의 행보를 놓고 자민련의 또 다른 방향 전환도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자민련과 민주당의 ‘색깔’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스스로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자민련은 특히 대북(對北)정책의 경우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때가 적지 않았다. 자민련의 인적 구성과 태생적인 배경을 봐도 민주당과는 잘 어울릴 수 없는 요소가 많다. 그런데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민주당과 공조를 해 왔다. 이른바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 총리직을 맡고 있고 얼마 전에는 민주당쪽에서 4명의 의원을 ‘수혈’받아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그런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정국 현안에 대해 ‘선택적 협조’를 하겠다고 해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자민련의 ‘몸값 올리기’, 최근 민주당 모 인사의 공격에 대한 반발, JP의 ‘대망론’ 불지피기 등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온다. JP는 8일 뉴욕에서도 한나라당과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JP는 어제도 “민주당과 공조한다고 해서 생각이 꼭 같을 수 없으며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민련도 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JP가 이처럼 한나라당과 ‘선택적 협력’을 하면서 자민련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는정치적 계산은 무엇일까. 지금과 같은 민주당과의 공조로는 내년 대선에서 결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세를 판독한 것 같다. 지금부터 민주당에서 발을 떼기 위한 배수진을 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JP는 정치판의 유불리에 대한 판단이 남다른 사람이다. 이번에도 그의 판단이 맞아 들어갈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민련의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의문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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